세계일보

검색

황조가·처용가 현대음악으로 되살아 난다

입력 : 2008-10-27 18:15:36 수정 : 2008-10-27 18:15:36

인쇄 메일 url 공유 - +

신 황조가

아주 먼 옛날 고구려의 아름다운 두 여인, 서로 싸워 한 여인은 떠나가 버리고, 슬픔으로 절절한 유리태왕의 긴 탄식이 지금도 전해오지요. 나뭇가지 사이로 뛰노는 꾀꼬리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데, 외로운 이내 몸은 누구와 함께 궁궐로 돌아가리.”

판소리와 잡가, 구비동요 등은 조상이 즐겼던 대중음악이다. 요즘은 국어 책이나 국문학 강의에서나 접할 수 있지만 이들 음악은 19세기까지만 해도 당당한 우리 가요였다. 내용과 형식 모두 민족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았다.

하지만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전통의 맥이 끊겼다. 전통에 뿌리를 둔 우리의 노래들이 발전을 모색할 즈음에 일본 취향의 트로트가 공백을 메웠다. 일본이 물러난 뒤에는 서양의 팝송이 자리를 대신했다. 전통 가요의 문화적 주권이 타격을 입었지만, 이를 회복하려는 노력은 별로 없었다. 그나마 민요·판소리 등 조선시대에 연원을 둔 음악은 일부에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삼국시대 이전에 연원을 둔 향가 등은 노래로서의 맥이 단절됐다.

삼국시대 이전의 가요들이 담고 있는 내용은 오늘날의 시각으로 봐도 명곡이다. 가령 고조선 때 생겨나 불린 노래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에서도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공무도하가는 강가에서 백수광부(白首狂夫)의 뒤를 따라 물에 빠져 죽은 그의 아내 이야기를 담았다.

“공무도하(公無渡河), 공경도하(公竟渡河), 타하이사(墮河而死), 당내공하(當奈公何)”는 우리말로 풀어내면 그 의미가 온전히 전해진다.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임이 그예 물을 건너시네,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임이여, 이 일을 어찌할꼬.”

마치 자주 접한 가사 같은 느낌이 전해진다. 공무도하가를 읊조리면 가수 ‘현철과 벌떼들’이 부른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의 일부 가사가 떠오른다. “가지 말라고 애원했건만, 못 본 체 떠나버린 너….”

공무도하가처럼 오래된 고대가요 ‘황조가’와 향가인 ‘처용가’가 21세기의 대중음악으로 복원됐다. 고대가요를 설명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도원미디어)를 내놓았던 최철호씨가 적극 나서고 있다. 최씨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 가수 출신인 아내와 함께 천년 시어를 노래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의 김완진 명예교수와 권재일 교수 등이 고대가요 번역과 현대어 뜻풀이에 도움을 주었다.
◇연극 처용가의 한장면.

그가 이번에 ‘처용가’와 함께 현대어로 작사한 ‘황조가’는 고구려 2대 유리태왕이 지은 고대가요로 삼국사기에 실려 있는 한역 시가다. “편편황조(翩翩黃鳥), 좌웅상의(雌雄相依), 염아지독(念我之獨), 수기여귀(誰其與歸)”는 유리왕의 슬픔을 잘 드러나 있다. 국어 책에는 이런 정도로 해석돼 있다. “꾀꼬리 오락가락, 암수 서로 노니는데, 외로워라. 이 내 몸은, 누구와 돌아가랴.”

이번에 복원한 노래는 당시의 것을 그대로 활용하지는 않는다. 1절은 당시 언어로, 2절은 요즘의 어법으로 고쳐서 부른다. 향가를 노랫말로 부르기에는 너무 짧아 작품의 분위기에 맞춰 배경 설명을 노랫말에 추가했다. 결국 노랫말로 향가를 대중가요의 멜로디에 실어 신라어와 현대어로 동시에 부르는 셈이다. 
◇공무도하가의 원본.                                            ◇최철호씨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오늘의 정서에 맞게 풀어서 부르는 가사는 이렇다.

“아주 먼 옛날 고구려의 아름다운 두 여인, 서로 싸워 한 여인은 떠나가 버리고, 슬픔으로 절절한 유리태왕의 긴 탄식이 지금도 전해오지요. 나뭇가지 사이로 뛰노는 꾀꼬리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데, 외로운 이내 몸은 누구와 함께 궁궐로 돌아가리.”

우리 사회에서 대중음악은 10대 등 젊은층의 취향을 고려한 제작이 보편적인 현상이고, 30대 이상의 음악은 존재 사실조차 가물가물하다. 장르음악이 발달한 일본이나 음악의 다양성이 실험되는 미국은 우리에게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다. 전통적인 음악 장르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우리의 실정에서 이번 시도는 그래서 반갑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