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펀드열풍 타고 18년만에 2000선 등정 불구
미국발 ‘금융위기 쓰나미’에 속절없이 무너져
환희는 언제나 잠시 뿐, 마치 인생처럼. 2007년 7월25일 오후 3시. 정규장이 끝나자, 증권사 객장 시세판에는 2004.22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찍혔다. 1989년 3월31일 1000선을 처음 돌파한 코스피지수가 18년4개월 만에 2000선에 돌파한 것이다. 증권사 객장 곳곳에선 직원과 투자자들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일부 증권사는 고객들에게 시루떡을 돌렸다. 특히 10월31일엔 2064.85를 찍으며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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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쁨은 거기까지였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급격히 번지면서 1년여 만에 세자릿수로 유턴했다.

코스피지수는 24일 전날보다 무려 110.96포인트(10.57%) 빠진 938.75로 장을 마쳤다. 3년4개월 만에 1000선마저 내주고 세자릿수로 주저앉았다.
코스피지수가 2000 고지에 오른 지 1년3개월 만이고, 최고치 경신(2007년 10월31일)을 기준으로 하면 11개월여 만이다.
1980년 출발 이래 한때 93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서울올림픽을 앞둔 87년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89년 3월31일 처음으로 1000선을 돌파했다. 물가안정과 3저 호황을 바탕으로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여기에 88올림픽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증시가 크게 뛴 것이다.
94년 9월16일 1000선을 넘어섰지만 1997년 11월 외환위기란 국난을 맞으면서 98년 6월에는 한때 280까지 무너지기도 했다. 또 2000년부터 2001년 9월까지 코스피지수는 IT(정보기술) 버블 붕괴와 미국 9·11 테러 여파로 55.7% 급락하며 ‘동면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 3월부터 코스피지수는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저금리와 점진적 경기 회복에 힘입어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주가는 2005년 7월28일 마지막으로 1000을 돌파했다.
특히 적립식 펀드와 해외펀드 열풍이 불면서 2007년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져 4월9일 1500을 넘어선 뒤 1600(5월11일), 1700(5월31일), 1800(6월 18일), 1900(7월12일)선을 넘어 2000 고지를 등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앞에 국내 증시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리고 24일 마침내 1000선 아래로 밀려났다.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이날 520조원으로 떨어지며, 지난해 10월31일(1140조652억원)에 비하면 반 이상이 쪼그라들었다.
특히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급격히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는데도 정부가 내놓는 각종 대책이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증시 참여자들의 고민이 커지는 이유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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