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닷컴] ‘아내가 결혼했다’. 제목만 보고서는 ‘또 불륜 이야기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 다른 이야기다. 결혼을 한 여성이 다른 남성과의 또 다른 결혼을 꿈꾸지만 ‘배신’이나 ‘변심’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설득’과 ‘타협’만 있다.
14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기자시사회의 간담회 자리에서 정윤수 감독은 “결혼에 있어 여자들이 느끼는 박탈감이 있다면 이제 위치 바꾸기를 해보고자 했다”며 “동등한 위치에서 자유롭게 좀 더 제대로 사랑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영화의 취지를 설명했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는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 원작으로 이중 결혼을 선언한 아내와 그것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남편의 심리를 축구와 절묘하게 결합시켜 오늘날 결혼제도의 통념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이다. 소설은 출간 석 달 만에 11만부를 돌파하며 발간 당시부터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극중 아내가 결혼하는 상황을 눈뜨고 지켜봐야 하는 김주혁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자신이 불쌍했다”며 “처음 시나리오를 반쯤 읽고 ‘말도 안된다’며 덮어버렸는데 자꾸 다음 내용이 궁금해졌다. 이상하게 끌리는 마음에 시나리오를 보고 또 보고 하다가 100% 이해는 못하지만 사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극중 두 명의 남편을 둔 손예진은 “시나리오를 받고 많은 걱정을 했다”며 “인아가 사랑스러워야 저런 사랑을 할 수 있겠다 싶어 이렇게까지 상황을 만든 여자의 마음은 어떨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아의 자유분방하고 집시 분위기의 매력을 알게 됐다”며 “감독님이 사랑스럽게 찍어주기 위해 노력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영화는 ‘어떻게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있어?’라고 반문하는 여자 인아(손예진 분)와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라고 믿었던 남자 덕훈(김주혁 분)의 예상치 못한 반전을 통해 사랑을 지키기 위해 인류가 만들어 낸 결혼이라는 제도가 사랑을 얽매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불필요한 제도로 변질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과 이의를 제기한다.
결국, 영화는 한 여자가 두 명의 남자와 각각 결혼식을 올리면서 현재를 즐기며 거침없이 사랑하는 ‘삶의 예찬’을 그린다. 하지만 그녀의 특별한 사랑 방식이 존중받기 원하는 만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되어야 하는 ‘덕훈’도 있다. 그의 평범한 인생이 안쓰러워지는 건 왜일까.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는 빛을 발하지만 '소설보다 더 밝고 유쾌하게' 풀어나갈 것이라는 제작 초기의 기획과는 다른 분위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개봉은 오는 23일.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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