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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순의 와인이야기] 화이트 와인 대명사 독일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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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3-07 13:42:37 수정 : 2009-03-07 13: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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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롤향(석유냄새)과 과일향의 완벽한 조화 상상초월 어떤 와인이 제일 인상 깊으셨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와인은 뭔가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한 가지를 딱 집어 얘기하는 것이 곤란하지만 내 기억 속에는 향긋한 향기와 함께 남아 있는 와인이 있다. 결혼 직전 남편이 친구들에게 마음먹고 한턱 내면서 사준 독일의 모젤 와인이다.

물론 특별한 추억과 함께해서 그렇지만 그 당시 와인이라고는 집에서 담근 포도주만 생각했던 내게 그 화이트 와인은 아주 신선하고 상큼한 느낌으로 다가왔고, 상품으로서의 와인을 처음 친근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선 프랑스 와인만큼 인기가 높지는 않지만 오랜 세월 유럽 와인의 한 축이었고 화이트 와인의 대명사인 독일 와인에 대해 알아보자.

유럽의 다른 와인 산지보다 위도가 높고 기후가 서늘한 독일에선 전통적으로 화이트 와인이 많이 생산되었다. 전반적인 와인 스타일도 강한 산미를 부드럽게 해줄 수 있는 스위트한 스타일이 많다.

독일 와인을 만드는 대표적인 품종으로는 리슬링(독일 알자스 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 품종)을 꼽을 수 있다. 세계에서 최상급의 리슬링 와인이 독일에서 나오는데 전체 생산량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리슬링은 서늘한 기후대에 잘 자라며 소비뇽 블랑처럼 향이 강하고 산도가 높지만 쏘비뇽 블랑이 과일 향과 식물성 향이 섞여 있는데 비해 주로 과일 향과 꽃 향기가 많이 난다.

서늘한 기후대의 리슬링에서는 주로 푸른 사과나 레몬, 라임 같은 감귤류 향이 나고 좀 더 온화한 기후대에서는 복숭아나 살구, 감귤류 향이 많이 난다. 만생종인 리슬링은 늦가을에 나타나는 노블 롯이라는 곰팡이의 영향을 받아 과일, 오렌지 마멀레이드, 꿀, 토스티한 향 등 다양한 풍미가 있어 세계 최고 품질의 스위트 화이트 와인이 만들어진다.

이 품종은 통이 아닌 병에서 숙성이 잘 되며 드라이한 스타일부터 스위트한 스타일까지 다양한 당도의 와인이 나온다. 잘 익은 복숭아, 살구와 그레이프 프루트를 연상시키는 풍부하면서도 달콤한 과일 맛, 거기에 병에서 숙성하면서 생기는 리슬링 특유의 미네랄 향(페트롤 냄새)이 곁들여지면서 우리의 후각을 즐겁게 해준다. 입 안에서 감도는 와인은 달콤하지만 상큼한 신맛이 뒤에서 잘 받쳐주면서 결코 들척지근하지 않다. 좋은 리슬링이 숙성되면서 페트롤 향(석유 냄새)이 나는데 이 향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에겐 상당히 낯설 수 있지만(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은 그 향을 패트롤 대신 미네랄 향이라고 표현한다) 상상과 달리 과일 향과 잘 어우러진 복합적인 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독일의 모젤 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관광하면 강을 따라 언덕의 아주 심한 경사면에 포도밭을 볼 수가 있다. 왜 이런 위치에 포도밭들이 있을까? 바로 독일 최상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자연적인 조건과 관계가 있다.

일단 서늘한 기후의 와인 산지는 포도가 충분히 잘 익어 원하는 당도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강 근처에 포도밭이 있으면 햇빛이 강에 비쳐 반사열을 받을 수 있고 전반적으로 기후가 온화해서 좋다. 낮에 열을 품었다가 밤에 복사열을 내주어 포도가 잘 익도록 돕는 검은 색 슬레이트 토양(편암)에서 리슬링 품종으로 만든 최고의 화이트 와인이 나온다. 

오후 강의를 끝내고 독일의 리슬링 와인을 한잔 따랐다. 반짝반짝 빛나는 투명한 레몬색의 와인을 살짝 흔들자 상큼한 과일 향과 꽃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면서 지친 나의 감각을 일깨워 준다. 한 모금 마시니 달콤새콤한 맛이 미각을 즐겁게 해준다. 와인이 목줄기를 타고 넘어가면서 산뜻한 청량감도 준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심신이 지친 늦은 오후 상큼한 화이트 와인 한잔이 몸과 마음에 다시금 생기를 찾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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