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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만나 아테네의 후계자가 된 테세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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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9-29 14:01:34 수정 : 2008-09-29 14: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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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모험 9

테세우스는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의 연회에 초청을 받자 마음이 들떴다. 그토록 마주하고 싶었던 아버지와 한 자리에 있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나 기뻤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자신이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의 아들임을 어떻게 해서든 알게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들었다. 기회는 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그럴 기회가 올지 모를 일이었다.

반면 메데이아는 어떻게 해서든 테세우스를 제거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전전긍긍했다. 그녀는 치밀하게 작전을 짰다. 그녀의 의도대로 이번에 열리는 연회는 무서운 황소를 퇴치하고 무사 귀환한 영웅 테세우스를 위한 연회였다. 그녀는 테세우스에게 먹일 아주 독한 독약을 준비하여 연회에 함께 참석했다. 조금의 오차가 있어도 안 되었으므로 그녀는 손수 테세우스에게 독약을 마시게 할 생각이었다. 향연은 시작되었고, 흥겨운 음악과 함께 술이 몇 순배 돌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메데이아의 의도대로 아이게우스 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건배 제의를 했다.

“자, 내 사랑하는  아테네의 시민들이여, 오늘 향연의 주인공을 소개할 것이다. 우리 무고한 시민들을 잡아먹고, 괴롭히던 저 마라톤 벌판의 황소를 퇴치하고 돌아온 영웅 테세우스! 자 테세우스를 위하여 축배를 들라.”

아이게우스 왕은 축배를 제창하며 시민들을 한 바퀴 들러보고는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 어디 있는가? 이리 올라 이 나라의 왕비가 특별히 내리는 값진 보배의 잔을 받으라. 그리고 아테네 시민 모두와 함께 축배를 들라.”

왕의 제안에 따라 테세우스는 당당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높이 자리한 왕과 왕비가 있는 옥좌를 향해 오르고 있었다. 메데이아는 음흉한 미소를 띠며 아주 아름다운 금잔에 미리 준비한 강력한 독약을 탄 술잔을 따를 준비를 했다. 드디어 테세우스는 그런 사실도 모른 채 왕비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메데이아가 권하는 술을 술잔 가득 받았다. 그리고는 두어 걸음 물러나서 술을 마시기 전에 안주 감으로 준비되어있던 고기를 자를 채비를 했다. 테세우스는 일부러 느릿느릿한 행동으로 고기를 자르는 척 하며 그 칼이 아이게우스 왕에게 보이도록 했다. 테세우스로서는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아이게우스 왕을 볼 수 있었기에 이번에야말로 자기가 아이게우스 왕의 아들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래서 테세우스는 자신의 아버지 아이게우스가 증표로 남겨두었던 칼로 고기를 자르면서 그 칼이 아버지 눈에 띄도록 했다.

하지만 그러한 의도를 알 리 없었던 아이게우스 왕은 무심하게 테세우스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 불세출의 영웅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아이게우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물끄러미 테세우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테세우스가 사용하고 있는 칼에 눈길이 멎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칼이었다. 순간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그의 생각 속을 후비고 지나갔다. 아, 아 그러다가 그는 그 칼이 자기가 아들을 찾으려는 증표로 남겨두었던 칼임을 알고는 흠칫 놀랐다.

“그렇다면 테세우스가 내 아들?”

여기에 생각이 멎자 아이게우스는 급해졌다. 이미 테세우스는 독이 든 잔을 받아들고, 그 술잔을 입에다 가져가고 있었다. 아이게우스는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 테세우스에게 외쳤다.

“테세우스, 잠깐. 그 술을 마시면 안 돼.”

그러면서 아이게우스 왕은 칼을 빼어 급히 테세우스의 잔을 칼등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테세우스는 깜짝 놀랐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테세우스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단상 아래에서 향연을 지켜보며 축하하던 시민들도 일순간 숨을 죽였다. 정적이 감돌았다. 이때 더욱 놀란 것은 메데이아였다. 메데이아는 아이게우스의 눈빛과 함께 그의 칼의 움직임을 보고는 즉각 일이 잘못되었음을 알아 차렸다. 그녀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몰래 연회장에서 일어나 자리를 빠져나갔다.

한편 아이게우스 왕이 내리친 칼에 맞은 잔은 땅바닥에 떨어져 굴렀고, 테세우스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방어자세를 늦추지 않았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아이게우스였다.

“테세우스! 네 칼을 앞으로 내밀어 보아라.”

테세우스는 아이게우스의 명대로 칼을 앞으로 내 밀었다. 칼날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그러면서 칼날이 부르르 떠는 듯 했다. 잠시 지켜보던 아이게우스가 입을 열었다.

“테세우스! 내가 미처 몰라보았구나. 내 어리석음이 너를 죽일 뻔 했구나. 네가 진정 나의 아들이란 말이냐?” 

그러면서 아직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던 테세우스에게 다가간 왕은 그를 가슴에 안았다.

“테세우스, 네가 내 아들이로구나. 아주 잘 자라주었어.”

평생 한 번도 울 것 같지 않을 사람처럼 강인하게 보이는 아이게우스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테세우스 역시 아이게우스의 가슴에서 품어 나오는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한참을 포옹하고 있던 아이게우스는 마음을 정리하고 신하들에게 명했다.

“여봐라. 나를 기만하고, 내 아들을 독살할 계략을 꾸민 요물, 메데이아를 당장 잡아오너라.”

그러자 신하들은 메데이아를 잡으러 분주하게 자리를 떠났고, 그때까지 쥐죽은 듯 조용했던 시민들은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게우스는 자신의 칼을 빼서 높이 쳐들고 이렇게 외쳤다. “자! 아테네 시민들이여. 신은 그대들을 버리지 않았다. 여기 진정한 아테네의 영웅이 있다. 테세우스, 이는 내 친 아들이다. 누구보다도 강한 힘과 지략을 지닌 내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나는 내 아들 테세우스를 내 후계자로 삼을 것임을 시민들 앞에 선언한다.”

그러면서 아이게우스는 다시 테세우스를 가슴에 안았다. 그리고는 잠시 후 테세우스를 단상으로 이끌고 가서 테세우스의 손을 높이 쳐들며 외쳤다.

“나중에 여러분의 왕이 될 내 자랑스러운 아들 테세우스!”

그러자 시민들도 한 소리로 외쳤다.

“테세우스! 테세우스!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 아테네의 자랑 테세우스!”

그 후 이야기는 다음 주에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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