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왕국의 공주 프시케는 비너스보다 훨씬 아름다운 용모와 순결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의 미모를 칭송하곤 했다. 미의 여신인 큐피드의 어머니 비너스는 이런 사실을 알고 프시케를 질투한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비너스는 아들 큐피드에게 “무례한 그녀에게 벌을 주어 네 어미의 노여움을 풀라”며 화살을 쏘라고 명령한다. 프시케가 추악하게 생긴 야수와 사랑에 빠져 평생 공포 속에 살도록 부추긴 것이다.
하지만 명사수인 큐피드는 그녀의 미모에 놀란 나머지 자기 화살에 심장을 찔려 결국 사랑에 빠진다. 큐피드는 인간과 신의 눈에 안 보이는 두 개의 화살을 늘 갖고 다녔다. 그가 쏜 금화살에 맞으면 사랑의 열병을 앓지만 납화살에 맞으면 증오를 하게 된다. 중세 서양 미술에서 큐피드는 눈을 가린 모습으로 곧잘 등장한다. 사랑에 빠지면 지위도 돈도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큐피드의 화살이 잘못 꽂혔기 때문일까.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비극으로 끝난 사랑도 적지 않다. 장난이 유독 심했던 큐피드의 심술 탓이라고 해석해야 할는지….
‘사랑의 전령사’로 불리는 큐피드에 관한 전설이 하나 더 있다. ‘구애의 선물’로 주고받는 빨간 장미꽃에 관한 얘기다. 장미꽃은 원래 흰색 한 가지뿐이었으나 큐피드가 실수로 엎지른 술이 장미에 묻어 빨간 장미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빨간 장미에는 ‘정열적이며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꽃말이 붙었다.
‘신궁’이라 불리는 한국 양궁 남녀대표팀의 주장인 박경모와 박성현이 서로가 쏜 큐피드의 화살을 맞았다고 해서 화제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나란히 금1, 은메달 1개씩을 목에 걸고 개선한 이 둘은 연내 결혼할 계획을 밝혔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간 이루어지는 국내 첫 결혼이라 해서 말꼬리가 길어지는 것 같다. 이 둘은 양궁대표팀에서 1년 넘게 강훈련을 함께 소화해내며 남몰래 사랑을 키웠다고 한다. 아폴론의 것과 달리 멀리 날아가지 못하는 큐피드의 화살처럼. 양궁장의 표적이 아니라 반려자를 향해 ‘사랑의 시위’를 당기고 있는 이 둘의 앞날에 행운을 기원한다.
박병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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