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폴론은 다프네만 바라보면 온몸이 떨리고 심장이 터질 듯 사랑에 눈이 멀었고, 다프네는 아폴론만 가까이 오면 전신에 소름이 돋고 미워하는 감정이 북받쳐올랐다. 아폴론은 다프네가 자신을 미워하면 할수록 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밤낮없이 그녀를 졸졸 따라다니며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였다. 아폴론에게 미운 가시가 박힌 다프네로서도 도망 다니느라 큰 고역을 치르게 되었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사랑의 세레나데는 점차 변질하기 시작하였고 다프네에게는 아폴론의 등장이 공포로 인식되었다. 결국, 아폴론에게 잡힐 것이 두려워진 그녀가 아버지 페네이오스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아버지는 눈물을 머금고 다프네를 월계수 나무로 변신시켜 주었다.
푸생의 작품 속 다프네는 손끝에서 나뭇잎이 돋기 시작하는데도 편안한 표정이다. 바로 손아귀에 잡힐 것 같던 그녀가 눈앞에서 월계수 나무로 변하자 아폴론은 허탈한 표정으로 그녀를 이리저리 어루만지며 어긋난 운명을 한탄하고 있다. 슬퍼하던 아폴론은 다짐하였다. 당신을 영원히 푸르게 할 것이며 당신의 잎사귀는 모든 영웅을 위해 상징될 것이라고…. 이후로 월계수는 아폴론의 상징수이자 영웅에게 씌워지는 화관이 되었다.
올림푸스의 훈남 아폴론이 악질 스토커처럼 변하게 된 데에는 그가 자유자재로 사용하던 활과 화살에 대한 오만한 자긍심이 발단이 되었다. 과녁을 향해 순식간에 돌진하고, 목표한 지점에 ‘꽂혀버리는’ 화살은 에로스의 그것처럼 사랑의 아이러니를 대변한다. 금 화살이 관통한 심장에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상대에게 목 매달게 만드는 마법의 주문이, 조금이라도 빗나간 화살에는 다프네에게 그랬듯 사랑을 공포로 변주해버리는 마력이 담겨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국가대표 미녀 양궁선수들이 베이징올림픽에서 6연패를 달성했다. TV를 통해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감격해 하는 이들을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프네가 연상되었다. 운명에 휘둘리기보다 굳센 나무가 될 것을 결심했던 다프네와 가슴 졸이는 수많은 경기를 치러내는 중에도 담담하던 믿음직스러운 한국의 여궁사들의 모습이 닮아 보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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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
“해병대 저리 가라”고 할 정도의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하다는 한국의 양궁이 더욱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녀들의 활 시위만큼은 아폴론과 에로스가 그랬듯 오만함이 담기지 않기를, 또 세계 정상을 향해 언제나 팽팽히 당겨져 있기를, 그리고 오차 없이 과녁을 꿰뚫어 다음에도 승리와 영광의 상징인 ‘월계관’의 주인이 또다시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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