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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클럽 화재로 천장 ‘와르르’… ‘샌드위치 패널’ 지붕 禍 키웠다

입력 : 2008-08-21 10:17:53 수정 : 2008-08-21 10: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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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3명 참변
◇故 조기현 소방장               ◇故 김규재 소방장                        ◇故 변재우 소방사
서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불이 나 진압에 나섰던 소방관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이 난 건물 외벽 지붕은 화재 참사 때마다 위험성이 지적된 철판과 철판 사이에 우레탄폼 등을 넣는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돼 있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천장 조명 구조물 무너져 내리며 참변=20일 오전 5시25분 쯤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 일부가 무너지면서 조기현(45) 소방장 등 3명의 소방관이 숨졌다. 순직한 소방관은 조 소방장과 김규재(41) 소방장, 변재우(34) 소방사로 모두 은평소방서 녹번119안전센터 소속이다.

이들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오전 5시28분 현장에 도착해 먼저 건물 안에 들어가 화재를 진압하던 중 건물 일부가 갑자기 내려앉으면서 변을 당했다. 철제 지지대와 조명 등 무대 위 대형 조명설비가 5시41분에 무너져 내려 무대 인근에서 불을 끄던 조 소방장과 김 소방장이 매몰됐다.

변 소방사는 낙하물로 퇴로가 막히자 바로 옆 룸으로 몸을 피했으나, 구조 시간이 지체되며 열기와 유독가스를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길은 3층 건물 가운데 2, 3층 700여㎡를 태우고 1시간20여분 만인 6시48분에 잡혔다. 당시 나이트클럽은 오전 4시쯤 영업을 마친 후여서 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건물 옆집에 거주하는 임명재(66)씨는 “매캐한 냄새가 나서 일어나보니 창문으로 연기가 들어오고 있었다”며 “4층 옥상에 올라가자, 나이트클럽 지붕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다.

◆샌드위치 패널 구조가 화 키워=불이 난 건물은 1992년 11월 지하 1층, 지상 1층짜리로 완공해 1999년 7월 증축한 것으로, 1층에 옷가게 등 상점이 들어서 있고 2층과 3층이 나이트클럽으로 사용되는 곳이다.

소방당국은 화재로 무너진 천장이 철판과 철판 사이에 우레탄폼을 끼워 넣어 열기에 취약한 재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는 올해 1월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와 1999년 씨랜드 수련원 화재 당시에도 대규모 인명피해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불길로 철판의 온도가 올라가면 내부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에도 불이 붙는데, 철판이 물길을 막아 진화가 어렵다.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이 타면서 나오는 유독가스 역시 진화작업을 힘들게 한다. 그러나 다른 건축자재에 비해 절반 수준의 값에 구조 변경이 쉽고 공사 기간도 짧아 애용되고 있다.

불이 난 나이트클럽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도 화를 키웠다. 이 건물의 소방시설은 옥내 소화전과 자동화재탐지설비가 있었으나 무용지물이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누전 등의 원인으로 무대 부분에서 불이 나서 천장으로 옮아붙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특히 이 건물은 2006년과 올해 피난설비와 소화설비 등의 불량이 지적돼 시정보완명령을 받기도 했으며, 2004년에는 내부 발코니 무단 설치, 조경 훼손 등이 적발돼 소방서에 불법건축물로 등재됐다가 지난해 5월 해제된 일도 있었다.

경찰은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관계기관과의 합동조사를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힐 예정이며, 임의 구조변경이나 소방안전점검 여부 등 건물 증축 과정에서의 불법성이나 안전관리 부분도 전반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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