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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정 지음/정문주 그림/사파리/1만2000원 |
새 집에 입주를 하면 정성스레 떡을 해 안방 벽장을 비롯해 부엌 선반 위, 화장실 창문 위 등에 올려놓고 정성을 드리는 풍습이 있다. 집들이 때는 친척과 친구, 이웃을 초청한다. 이때 선물로 빠지지 않는 것이 두루마리 휴지나 거품이 많이 나는 가루비누다. 수명을 늘리고 재산을 불리라는 상징적 선물이다.
이러한 관습은 집과 가구, 재산을 지켜주는 신들에게 복을 비는 행위다. 우리 조상은 이처럼 집안 곳곳에 여러 신들이 살면서 집과 가족의 안녕을 지켜준다고 믿어왔다.
집의 바탕이 되는 터에는 터주, 대들보에는 성주, 안방에는 삼신할머니, 부엌에는 조왕, 변소에는 변소각시, 창고에는 업, 장독대에는 철융과 칠성신, 대문에는 수문장신이 산다고 여겼다. 이러한 신들은 복과 재물도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따라서 하루종일, 아니 평생을 집안에서 그것도 안방과 부엌, 장독대, 창고, 화장실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우리의 어머니들은 그곳에서 신앙 생활을 했다. 삼신할머니에게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빌었고, 조왕에게 가족 건강을 빌었으며, 업에게는 부자가 되기를, 수문장신에게는 나쁜 귀신을 막아 주길 빌었다.
이는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라기보다는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과 고민의 표출이었다. 제목 ‘터줏대감’은 집터를 지켜주는 신, 곧 터주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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