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221년경 중국의 황제 한(이연걸)이 여사제(양자경)의 저주에 걸려 자신의 군대와 함께 미이라로 땅 속에 묻힌다. 그로부터 2천년이 지나 상하이박물관으로 유물 인수에 착수한 릭(브랜든 프레이저)과 그의 가족은 황제의 무덤을 발견하게 된다. 고대 제국의 영화를 누리려하는 양장군(황추생) 세력에 의해 부활하는 황제 한과 그의 군사들. 다시 한번 미이라군대를 막기 위해 릭과 그의 가족이 나서는데 (중략)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의 틀을 착실히 따르고 있다. 쉴 틈 없는 액션과 엄청난 스케일을 두고 한 말이다. 더욱이 세계 침략을 노리는 적이 사람이 아닌 부활한 중국의 폭군(?)이니, 제작사의 입장에선 어느 나라에서 개봉을 해도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걱정은 없을 듯.
공전의 히트를 했던 미이라 1편과 2편의 감독 그리고 3편에서 제작을 담당한 스티븐 소머즈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멘트를 날렸다. “공교롭게도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같은 시기에 이 영화가 개봉됐어요. 그런데 분명한 점은 제가 만든 영화가 두 번 모두 흥행에서 앞섰다는 점이죠.”
사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그리고 미이라는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속을 설레게 한다. 생각해보라! 트럭과 같은 운송수단은 물론이고 절삭기도 없는 그 시대에 돌 하나의 무게가 2.5톤인 것을 최소 100만개를 쌓아 피라미드가 건설되었다는 사실을. 더욱이 ‘파라오의 저주’라는 문구와 투탄카멘 발굴을 둘러싼 기이한 사건은 신비감과 함께 공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전작 <미이라> 1과 2는 바로 이러한 사실에 입각한 신비감과 함께 세련되게 잘 구성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호연이 맞물려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관객의 오랜 기다림 속에 새롭게 선보인 <미이라 3>.
허나 <미이라 3>은 만족스러움보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이번에 등장하는 ‘악의 축’인 황제 한은 분명 전작에 나오는 이모텝(아놀드 보슬루)보다 포스가 센 것 같다. 이모텝이 왕비와 불륜을 저지른 파렴치범(?)이라면, 황제 한은 일인천하 제국을 이룩한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적 액션스타 이연걸이 배역을 맡았으니, 혼자서 주인공 부자와 맞짱을 뜬다 해도 질 가능성이 희박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이번 영화는 전작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진다. 더욱이 시리즈물이 아닌 새로운 영화를 보는 기분마저 든다. 왜 그랬을까? 그러한 이유는 전작과는 틀이 다른 플롯과 캐스팅에 있다고 본다. 즉 전작 2편이 치밀하게 극이 전개되면서 점차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반면, 이번 영화는 극의 리듬이 자주 끊어지고 클라이맥스에서 스릴보다는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더욱이 동양 무술이 너무 많이 삽입되는 등, 과연 이 영화가 전작의 맥을 잇는 시리즈물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의아심마저 든다.
특히 전작에서 브랜든 프레이저와 찰떡궁합을 과시했던 에블린역의 레이첼 와이즈 대신 마리아 벨로로 교체되었다는 점이 두고두고 아쉽다. 감독 롭 코헨은 마리아가 레이첼보다 훨씬 섹시하고 매력적이어서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왠지 석연치 않다.
거의 주연급에 가까운 조연인 조나단역의 존 한나도 전작들에 이어서 이번에도 그대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브랜든과 마리아 그리고 릭의 아들 알렉스로 등장하는 루크 포드의 캐릭터가 유사하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번 영화도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할 요소가 아주 많다. 단지 전작의 대성공으로 인한 기대치에 못미칠 뿐이다. 상상 속의 반인반수 예티를 보는 즐거움도 그렇고 한과 밍의 군대와 사람들이 뒤엉켜 싸우는 클라이맥스 장면은 관객들의 웃음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블록버스터 시리즈물에 이연걸을 비롯하여 양자경과 황추생 등이 종횡무진 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즐거운 기분이 든다. 이런 걸 두고 아시아인으로서의 일체감이란 것일까. 갑자기 할리우드에서 한창 제작에 열중인 비가 주연한 <닌자 어쌔신>의 소식이 궁금해진다.
/ 연동원 역사영화평론가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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