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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기자의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들](5)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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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2-01 15:41:17 수정 : 2010-02-01 15: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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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으로 이슬람을”… ‘아랍 바로 알기’ 전도사
◇이희수 교수는 “이슬람과 아랍 등 다른 문화를 능동적이면서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우리의 눈으로 바라보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게 한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제원 기자
“14억 57개 국가를 가진 이슬람세계를 적대적 이해당사자가 아닌 친근한 이웃으로 끌어안는 국민적 인식전환이 시급히 요구된다. 지구촌 4분의 1을 버려두고 21세기 전략을 짜고 글로벌 무한경쟁을 논하는 것은 어쩌면 허구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지난해 8월 말 세계일보에 기고한 칼럼 ‘아프간 피랍 사태 해결 이후’의 마무리 문장이다. 이슬람과 중동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외교통상부와 전문가들이 힘을 합해 ‘한·아랍 소사이어티’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의 눈에는 많이 부족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교수는 여전히 열심히 뛰고 있다. 약간만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이슬람과 중동 문화를 설명하는 그를 만날 수 있다. 방송과 신문, 단행본, 강연회를 통해서다.

그를 처음 만난 때는 1990년대 후반이었다. 재학 중이던 대학원에서 학기 중반에 한 달 동안 그를 초빙교수로 모셨다. 이슬람 관련 강의를 맡을 전문가가 없어서 선택한 궁여지책이었다. 명쾌한 설명이 곁들여진 강의가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이슬람은 평화로운 종교입니다. 원래 이슬람, 유대교, 기독교는 차이가 크지 않아요. 단지 후대 사람들의 욕심으로 크나큰 갈등이 생긴 겁니다.”

강의 도중 그는 의외로 한반도와 이슬람 문화의 교류가 빈번했다고 강조했다.

“실크로드가 중국만의 동서교통로였다고 여긴다면 이는 단순한 접근법입니다. 이미 신라시절 경주와 터키 이스탄불을 오간 상인이 넘쳐났어요. 이 부분만 연구해도 수십 개의 박사학위가 나올 것입니다.”

취재 기자로서도 ‘현장에서’ 그를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그가 학술 관련 각종 행사의 단골 초청인사이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 1주년을 즈음해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여름방학 동안 한양대 안산 배움터 대신 서울을 자주 오간다는 이 교수가 인터뷰 당일 만남 장소로 한양대보다 종로구 인사동이 좋겠다고 제안해 이를 받아들었다.

장소는 인사동의 ‘토포하우스’. 지난해 12월 그가 사진전 ‘내가 사랑한 터키’를 열었던 곳이다. 이슬람 탐험에 앞서 터키 이야기를 먼저 듣게 됐다.

“그동안 터키를 100차례 이상 다녀왔어요. 터키와 한국은 지구촌에서 가장 가까운 우방국가입니다. 터키에서 6년 공부하고 2년 강의한 것을 포함해 27년 동안 터키를 해마다 다녀왔으니 터키가 제겐 제2의 모국이지요.”

이 교수의 터키 사랑은 그가 1983년 한국인 최초의 터키 유학생이 되고 교민 가정을 이루면서 싹텄다. 한국인 최초로 터키 이스탄불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지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1991년 귀국해 강의에 열중하다가 터키가 지진 참사를 겪었던 1999년 8월, 그와 일단의 지식인들이 우리 사회에 ‘터키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당시 우리 정부의 터키 지원 성금이 너무 작아 민간 차원에서 모금운동을 주도했다. 그동안 터키가 한국전쟁 등을 통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니, 이번에는 한국이 터키를 돕자는 운동이었다.

이 교수는 ‘터키의 아픔을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국민적 차원에서 터키를 도왔다. 이 모임은 ‘한국·터키 친선협회’의 모태가 됐다. 함께 모임을 이끈 이들은 정신과 의사인 이시형 박사, 연극인 박정자씨, 박찬숙 당시 KBS 앵커, 손광운 변호사 등이었다.

이 교수는 이후 ‘터키사’(대한교과서)를 내놓고 “중국 사관에 묻혀 잊고 있는 우리의 고대사를 제대로 복원하자”고 강조했다. 중앙아시아 초원을 지배한 터키족의 선조인 흉노와 돌궐의 역사를 새롭게 읽어보자는 제안이었다. 이를 통해 보다 객관적인 인식을 갖자는 조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터키를 통해 대중의 지식체계에 미친 영향은 이슬람과 아랍 문화를 통해 끼친 영향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대중들은 ‘이희수 교수’와 이슬람 전문가를 ‘동의어’ 내지 ‘유의어’로 여기는 실정이다. 그가 ‘이슬람으로 뜬 것’은 ‘9·11 테러’도 주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그와 동료 학자들은 2001년 9월 ‘9·11 테러’ 사흘 전에 ‘이슬람’(청아출판사)을 내놓았다. 언감생심 3000권 판매는 꿈도 못 꾸며 사명감으로 책을 내놓았다. 불과 일주일 뒤 책은 소중한 효자 도서가 됐다. 이슬람에 대한 국민적 관심 폭발이 예상이나 된 것처럼 지금까지 독자들이 구입한 책은 20만권이 넘었다. 출판계에서는 보기 드문 베스트셀러였다. 책의 인세는 한국중동학회 운영비로 활용되고 있다.

저서 ‘이슬람’ 출간 이후 출판사들이 이슬람 관련 책을 100종 넘게 내놓은 것은 또 다른 성과였다.

“우리 사회에서 ‘이슬람’은 9·11 테러 이전에는 금기어나 마찬가지였어요. 출판사에서도 제목을 이슬람 대신 ‘중동’으로 바꾸자고 했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책 제목으로 중동보다는 이슬람을 선호하고 있지요.”

우리는 혼동하지만 아랍과 중동, 이슬람은 구분되는 말이다.

“아랍은 문화적인 개념이고, 중동은 지정학적 개념입니다. 이슬람은 종교적 개념이지요. 아랍은 아랍연맹 회원국 22개국을 말합니다. 아랍에는 백인(이집트 등), 셈족(아라비아반도), 흑인(아프리카)이 포함돼 있습니다. 중동은 아랍에다 터키, 이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을 더한 것이지요. 전 세계 이슬람 신자의 비율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70%이지만 아랍은 20%밖에 안 됩니다.”

이 교수는 “2007년도부터 사법연수원에서 ‘이슬람법과 문화’ 과목이 생겨 강의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보수 기관의 한 곳인 법원의 교육기관도 이슬람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강의 외에 1년에 150차례 안팎의 외부 강의를 소화한다는 그는 “그동안 서구의 눈으로 이슬람을 바라봤는데, 이제 여론주도층을 중심으로 우리의 시각으로 보겠다는 욕구가 폭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중에게서는 또 다른 차원의 희망을 발견한다.

“‘어린이 이슬람 바로 알기’(청솔)라는 아동용 책이 8만권 넘게 팔렸어요. 이전 세대와 달리 책을 사주는 30대 학부모들이 열린 시각이 있다는 증거이지요.”

한국에서 이슬람 위치는 어느 정도 될까. 한국인 신도는 4만명, 외국인은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10만명에 이른다. 이슬람 사원은 9개이며, 가정의 소규모 시절까지 합하면 70개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브라질 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이슬람 신도 분포 비율이 매우 낮은 나라에 속합니다.”

물론 이슬람 신도가 늘어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전문가 양성을 촉구하는 그의 발언은 새겨들을 고언이다.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는 정부와 지역 전문가 사이에 유기적인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9·11 테러, 김선일씨 납치 사건, 레바논 파병, 탈레반 인질 사건 등이 터질 때마다 전문가의 부족을 한탄합니다. 냉철한 반성과 개선이 없어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지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이희수 교수는
▲1953년 7월생으로 터키, 튀니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10년 동안 이슬람 문화 연구

▲한국외대 중동지역학 석사(1983)

▲이슬람회의기구(OIC) 연구원(1986∼89)

▲터키 이스탄불대학 역사학 박사(1988)

▲터키 마르마라대학 교수(1990)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1995∼)

▲한국·터키 친선협회 사무총장(2001∼)

▲저서=‘이슬람:9·11테러와 이슬람문명 이해하기’ ‘어린이 이슬람 바로 알기’ ‘한·이슬람 교류사’ ‘터키사’ ‘80일간의 세계문화기행’ ‘지중해문화기행’ ‘이슬람 문화’ ‘이스탄불, 동서양 문명의 교류’ ‘지중해, 문명의 바다를 가다’ ‘The Advent of Islam in Korea’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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