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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원톱 영화는 망한다고? '충무로 속설' 틀렸다

입력 : 2008-07-15 19:32:21 수정 : 2008-07-15 19: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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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작 10편 중 1편은 여배우 주연영화
김아중 661만명으로 최고, 신은경·전지현·이영애도 300만명 이상 동원
◇신은경의 ‘조폭 마누라’
수애가 주연을 맡은 ‘님은 먼곳에’ 개봉을 앞두고 여배우 원톱 영화가 주목받고 있다. ‘강철중’ ‘놈놈놈’ ‘적벽대전’ 등 온통 남성 배우 일색의 스크린에서 과연 얼마나 파급력을 지닐지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충무로에는 ‘여성 배우 원톱 영화는 망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렇다면 정말 여성 단독 주연작은 흥행 성적이 저조할까. 2000년부터 지금까지 극장 관객 수 기준 손익분기점(10억원 미만과 ‘디워’ 제작비를 뺀 2007년도 평균 제작비 48억1000만원 대비 160만명)을 넘긴 흥행작을 분석했다.

◆열 편 중 하나 흥행

결론부터 말하면 속설은 틀렸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난 6월 말까지 160만명 이상 관객을 모은 작품은 총 102편이었다. 이 중 남성 원톱은 17편, 여성 원톱은 12편이었다. 주연이 두 명 이상이라도 비중이나 캐릭터, 역할 등이 상대 배우보다 두드러지면 원톱에 포함했다.

분석 결과 흥행작 열 개 중 한 편 이상이 여배우 단독 주연작이다. 한국영화의 여배우 기근 현상이 고착화된 상황에서도 흥행작의 11.8%를 여배우 혼자서 책임진 것이다. 더구나 남성 원톱 작품과 불과 5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남성 배우가 단독 주연한 사례도 ‘왕의 남자’ ‘추격자’ 등 남성 투톱 영화에 비하면 비중이 작다. 따라서 원톱 영화만 놓고 보면 남성 배우만 등장하는 작품에 비해 여성 단독 주연작이 결코 흥행성이 뒤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최고 흥행작은 김아중 주연의 ‘미녀는 괴로워’다. 2006년 12월 개봉해 661만명을 동원했다. 이 작품은 한국영화 전체 관객 순위에서도 ‘타짜’에 이어 10위에 올라 있다. 2위는 신은경이 조폭 두목을 연기한 코미디 ‘조폭 마누라’로 518만명을 기록했다. 두 작품은 남성 원톱 영화 최고 흥행작인 조승우 주연의 ‘말아톤’(514만)보다 더 흥행했다. 다음으로 전지현을 톱스타로 끌어올린 ‘엽기적인 그녀’, 이영애의 힘이 빛난 ‘친절한 금자씨’ 등이 각각 485만, 365만명을 모으며 뒤를 이었다. ‘폰’의 하지원은 유일하게 공포영화로 200만명 이상을 동원했다.

배우별로는 전지현과 신은경이 두 편씩 흥행시켰고 전도연, 문근영, 최강희, 하지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 수애는 2004년 스크린 데뷔작 ‘가족’으로 193만명을 동원해 만만치 않은 여배우 파워를 보여줬다. 이 중 ‘친절한 금자씨’ ‘달콤살벌한 연인’ ‘세븐 데이즈’ 등 3편은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센’ 영화였다.

◇김아중의 ‘미녀는 괴로워’
◆여배우 드라마는 상한가, 영화는 저평가

이처럼 흥행력이 존재함에도 영화계는 여전히 여성 원톱을 기피한다. 반대로 TV 드라마에서 여배우는 흥행보증수표다. 그동안 여배우가 타이틀 롤을 맡아 성공한 드라마는 수없이 많았다. 과거 ‘아들의 여자’의 채시라, ‘청춘의 덫’의 심은하, 김희애(내 남자의 여자), 김선아(내 이름은 김삼순) 등은 오직 자기 힘으로 시청률 대박을 떠트렸다. 지금도 ‘천하일색 박정금’의 배종옥, ‘태양의 여자’의 김지수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왜 영화에서만 여성 원톱에 대한 비관이 존재할까. 이는 매체의 관심 분야가 다르기 때문이다. TV 드라마는 삼각관계, 불륜 같은 애정문제나 결혼 제도, 가족의 갈등 구조를 다루는 일이 많다. 여배우의 비중이 큰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이에 반해 영화는 액션, 코미디, 스릴러, 역사물 등 장르가 다양하다. 아무래도 여배우의 작품 주도력이 지상파 드라마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영화만큼은 남성 배우의 파워가 더 크다. 여성 원톱 영화가 흥행하더라도 남성들의 파급력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한국영화 흥행순위 1∼5위를 차지한 ‘왕의 남자’ ‘괴물’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친구’가 모두 남성 배우 위주의 영화들이다.

한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엄밀히 따지면 여성 원톱 영화도 성공작이 많다”며 “하지만 남성 투톱을 써서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그런 충무로 속설이 고착화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늘 여배우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문제는 여성 원톱 시도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이라며 “여배우 주연작의 감소는 여배우 풀을 협소하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여성 원톱영화 흥행 순위
순위 제 목 주 연 관객(만명)
1 미녀는 괴로워 김아중 661
2 조폭마누라 신은경 518
3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 485
4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 365
5 달콤 살벌한 연인 최강희 228
6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전지현 220
7 댄서의 순정 문근영 219
8 하지원 218
9 세븐데이즈 김윤진 209
10 가족 수 애 193
11 조폭 마누라2 신은경 185
12 밀양 전도연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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