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유행은 17세기 프랑스에서다. 유행을 이끈 주인공은 절대권력을 휘두른 ‘태양왕’ 루이14세였다. 작은 키에 열등감을 가진 그는 키가 크게 보이는 하이힐을 즐겨 신었고, 귀족들이 이를 따라하는 바람에 널리 퍼졌다고 한다. 여자가 즐겨 신기 시작한 것은 18세기에 이르러서다. 파리의 유행에 민감했던 미국에서 여성의 신발 굽은 점점 가늘고 높아진 반면 남성의 것은 낮아졌다. 1920년대 들어 남자 하이힐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여성들이 하이힐을 즐겨 신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리가 길게 보여 각선미와 관능미를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따각따각 소리를 내며 걷는 그 자체로 주변의 시선을 끈다. 한마디로 여성의 매력을 느끼게 하는 상징물이다. 원더우먼 등 각종 캐릭터나 유명 여성연예인, 레이싱걸들이 한결같이 하이힐을 신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하이힐에는 문제점도 많다. 뒷굽 높이가 6㎝ 이상인 신발을 오래 신으면 체중이 앞으로 쏠려 허리등뼈에 과도한 긴장이 가해진다. 이로 인해 신경을 누르는 허리디스크와 요통증상이 생기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종아리 근육도 힘이 가해져 수축된 근육은 정맥순환을 방해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 멋을 좇다가 자칫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다.
하이힐을 신고서도 안심하고 걸을 수 있도록 서울시가 주요 도로의 보도를 대대적으로 교체키로 했다고 한다. 울퉁불퉁하거나 틈새가 벌어진 보도를 고치는 데 무려 68억여원이 투입된다. 여성들의 하이힐이 늘어날 것 같다. 하지만 외모 이상으로 건강을 보살피는 노력도 중요하지 않을까.
박병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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