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디자인에서 큰 변화를 시도한 것이 돋보였다. 외관은 ‘직선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의 손길을 거쳐 한결 강하고 심플해졌다. 호랑이 코와 입을 형상화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강렬한 인상을 주면서도 양끝이 유선형으로 올라가 날렵함을 동시에 갖췄다. 차체 길이도 기존 보다 55㎜ 길어져 동급 중형세단 중 가장 크다.
로체 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첨단 편의장치를 대거 장착했다는 점이다. 특히 경제적인 연비로 운전하도록 도와주는 에코드라이브 시스템은 고유가라는 상황을 적절히 이용한 똑똑한 선택으로 보인다.
급가속을 하자 계기판에 있는 에코램프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연비가 나빠진다는 신호다. 그러나 더이상 가속을 하지 않고 그 속도를 유지하면 다시 연비가 좋아졌다는 뜻의 녹색램프로 바뀐다. 이 시스템은 연비효율을 기계적으로 높여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운전하면서 내내 에코램프에 신경이 쓰이고 적색불이 들어오면 마치 피 같은 기름을 도로에 줄줄 흘리는 느낌이어서 녹색램프를 유지하며 운전을 하게 된다. 공인연비도 11.5㎞/ℓ로 6.5% 좋아졌고 에코시스템에 따라 착실히만 운전하면 최고 13.8㎞/ℓ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대형 고급차나 수입차에나 있는 다이나믹 쉬프트도 매력적이었다.
운전대 양쪽에 달린 레버를 당기면 변속기 기어단수로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동급 차종인 GM대우의 토스카 프리미엄6가 6단 자동변속인 점을 감안하면 4단 변속인 로체는 편의장치는 개선됐어도 성능이 강화된 것은 아닌 셈이다.
룸미러에 내장된 하이패스 기능과 버튼 시동 스마트키 시스템이 중형차 이상의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2.0ℓ 엔진이 기존 144마력에서 163마력으로 늘어났다는데 가속력에는 큰 변화를 느끼기 어려웠다. 쏘나타 트랜스폼과 같은 세타2 엔진을 튜닝만 달리한 것인데 출력을 더 높이고 가속 시 발생하는 소음을 좀 더 잡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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