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원이 헌법기관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1963년이다. 45년 동안 초대 이원엽 원장부터 지난달 자진 사퇴한 전윤철 원장까지 14명의 수장을 배출했다. 일반 장관보다 한단계 높은 부총리급인 감사원장은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임명 절차도 매우 까다롭다.
역대 감사원장의 면면을 보면 육군 장성과 거물급 법조인 출신이 양대 주류를 형성한다. 군사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1963년부터 76년까지는 군인들이 원장 자리를 독식했다. 5공 시절 임명된 황영시 원장(1984∼88년)을 끝으로 군 출신은 자취를 감추고 대신 판·검사 등 법률가들의 독무대가 열린다. 88년부터 2003년까지 재직한 5명의 원장은 모두 법조인이다. 물론 이한기 원장(1980∼82년) 같은 학자나 신두영 원장(1976∼80년), 전윤철 원장(2003∼08년) 같은 행정관료가 감사원을 이끈 적도 있다.
법조인 출신의 역대 감사원장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는 이회창 총재다. 그는 대법관 경력만 10년에 이르는 정통 법조인으로 사법부 내에서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었다. 차기 대법원장 ‘0순위’라는 말도 공공연히 나돌았다. 하지만 1993년 문민정부 출범과 동시에 대법원에서 행정부로 자리를 옮겼고, 이는 후배 판사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이후 국무총리, 국회의원(3선), 대통령 후보(3회)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것은 온 국민이 아는 바와 같다.
1993년 12월 이회창 총재가 감사원장에서 총리로 승진한 뒤 이번엔 이시윤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감사원에 부임했다. 그 역시 재판관 임기 만료를 9개월 정도 앞둔 상태였다. 88년 헌재 창설 이후 재판관 임기 도중 다른 공직으로 옮겨간 인물은 이시윤 원장이 유일하다.
2005년 11월 임명된 김황식 대법관의 임기는 아직 3년5개월이나 남아있다. 자연히 법조계가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사법부의 독립성 논란은 둘째 치고 당장 김 대법관의 빈 자리를 메우는 것부터 문제다. 한 법조계 인사는 “갑작스러운 대법관 인사로 말미암아 법원 조직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