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 국민 가운데 33%는 아직도 물건을 살 때 유로화 대신 마르크화로 가격을 계산해 본 뒤 적정한지를 판가름하고 있다. 또한 상당수 독일인들은 마르크화를 보유하고 있고, 매일 700여명이 마르크화를 은행으로 갖고 가 유로화로 환전하는 실정이다. 마르크화 동전은 아직도 공중전화기에서 사용되고 있고, 일부 백화점에서는 마르크화를 유로화와 함께 받고 있다.
독일은행협회가 지난 5월 여론조사한 결과 독일 국민의 34%는 유로화가 폐기되고 다시 마르크화가 도입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프레트 게벌르트 뮌스터대학 교수(경제심리학)는 “마르크화에 대한 독일인들의 향수가 여전히 짙은 것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신뢰를 받던 마르크화의 건전 통화 이미지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지 ‘사이코 이코노믹스’의 마르크화 전문가 스테판 하이니시는 “독일인의 상당수는 불경기의 원인이 유로화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마르크화에 대한 향수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인식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 마르크화가 태어난 1948년 6월20일부터 유로화로 대체된 1999년 1월1일까지 51년 동안 독일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2.9%였지만,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7%가 넘어 유로화 도입 후 물가상승률의 2배에 달했다. 이런 사실은 까맣게 잊고 물가 상승은 비싼 유로화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독일연방은행은 유로화 도입 1년 후인 2000년 말까지도 160억마르크에 달하는 동전이 유통됐고 이 가운데 45%가 지금도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은행 관계자는 집안에 깊숙이 보관돼 있던 마르크화 지폐나 사람이 죽거나 이사하다가 발견된 지폐가 매일 약 90만마르크씩 은행에서 유로화로 교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방은행은 앞으로 40년 정도 지나야 마르크화 지폐나 동전이 완전히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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