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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많아 슬픈' 지네의 생태 조명

입력 : 2008-06-15 20:53:35 수정 : 2008-06-15 20: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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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자연다큐 '지네, 혐오의 허물을 벗다'
EBS가 16일 오후 11시10분 내보내는 ‘지네, 혐오의 허물을 벗다’(사진)는 ‘징그러운 해충’ 지네를 통해 우리의 근거 없는 편견과 오만을 되짚어보게 하는 자연다큐멘터리다.

우리가 지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소름 끼칠’ 정도로 다리가 많고, ‘스멀스멀’ 걸으며, 강력한 독에 물릴 수 있으니 보는 족족 에어로졸로 죽여야 한다는 정도. 흉측한 외모와 치명적인 독으로 지네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괴물’로 통했다.

하지만, 지난 1년3개월간 지상 1㎝ 높이에 초정밀카메라렌즈를 들이대 온 제작진은 지네를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못 알고 있는 모든 불쾌한 생물들의 이름’이라고 단언한다. 지네에게서 혐오감을 느낀다면 이는 주로 어둡고 음산한 곳에서 발견된다는 것과 마디마다 한 쌍씩 달린 수십 개의 다리, 작은 도마뱀 하나쯤은 너끈히 죽일 수 있다는 독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철갑을 두른 듯한 지네 몸 껍질은 실제로는 매우 연약하다. 체내 수분을 스스로 유지하지 못해 잠깐이라도 습기가 없으면 숨구멍이 막히거나 말라서 죽을 운명이다. 습한 곳에서 지네를 많이 만나고 지네 눈이 퇴화한 이유이다. 머리에 붙어있는 한 쌍의 더듬이가 눈 역할을 한다.

제각각 움직이는 위압적인 다리와 가장 앞의 몸마디에 붙어있는 턱다리 발톱에서 나오는 독은 하루에도 몇 번씩 치명적인 적들과 맞닥뜨리는 지네가 택한 생존무기.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목숨이라면 함부로 내주지 않는다”는 게 지구 모든 생물의 본능일 터. 새처럼 날개를 달지 못한 지네는 어떤 방해물이 나타나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재빠른 다리와 유연한 마디를 가졌다.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연구팀은 지네의 이동원리를 응용한 로봇을 개발해 행성 표면 탐사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하늘다람쥐’ ‘담비’ ‘바이러스’ ‘밀거래되는 야생동물’ 등 비주류 생물들의 생태를 카메라에 담아온 이연규 PD는 “자신의 한계를 벗어 1㎝ 세계의 절대강자가 된 지네의 삶을 세계 최초로 만나보는 것만으로도 방송 50분이 후회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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