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영어 열병 코리아] <중> 사립초 학부모 허리 휜다

관련이슈 영어 열병 코리아

입력 : 2008-05-13 17:39:48 수정 : 2008-05-13 17:39:48

인쇄 메일 url 공유 - +

영어몰입교육 앞다퉈 확대…등록금 올려 강사비용 충당
자녀 2명이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맞벌이 직장인 최모(41)씨는 지난 3월 1분기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3학년인 둘째 아이의 등록금이 무려 200만원을 넘겼고 5학년인 큰 아이도 182만원에 달했다. 한 달 월급을 고스란히 아이들 등록금으로 갖다 바친 최씨는 숨돌릴 틈도 없이 엊그제 또다시 150만원가량의 금액이 적힌 두 아이의 2분기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들자 한숨부터 나왔다.

[관련기사]

영어열병코리아… 원어민강사 몸값 급등

설익은 정책이 원어민강사 부족불러

최씨는 “4년 전 큰 아이가 입학했을 때는 1분기 등록금이 100만원 정도여서 큰 부담이 없었는데 너무 급격하게 오르다 보니 이제 사립학교에 보낸 것이 후회될 지경”이라며 “그렇다고 일반 학교로 전학가기도 뭣해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서울의 사립 초등학교가 올 들어 수학, 과학 등을 영어로 가르치는 이른바 ‘영어몰입교육’을 앞다퉈 확대 도입하면서 등록금이 갑자기 폭등하는 바람에 학부모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교들이 몰입교육을 도입하면서 충원한 원어민 영어 교사의 비용 부담을 수업료를 올려 해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영어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아이들은 별도로 영어학원을 다녀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2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는 서울시내에서 영훈초, 매원초, 우촌초 3곳만이 영어몰입교육을 해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명초, 홍대부속초, 리라초 등 사립초교들은 경쟁적으로 영어수업 시간을 늘리고, 수학·과학 과목의 영어몰입교육 대상도 1∼2학년에서 4학년까지 확대 실시하고 있다.

마포구 상수동 홍대부속초등학교는 영어교육 강화 방침에 따라 지난해 1∼2학년에서 올해 1∼3학년으로 대상을 확대해 영어·수학·과학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는 교육을 14시간(3학년 12시간)이나 하고 있다. 몰입교육 대상 학년을 확대하면서 2명의 원어민 교사를 충원한 홍대부속초교의 분기 수업료는 160만원선. 몰입교육을 실시하지 않던 3년 전에 비하면 등록금이 50만원가량 올랐다. 학교 관계자는 “사립학교는 국공립과는 달리 원어민 교사 채용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아 원어민 교사 충원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수업료에 꽤 영향을 준다”며 “학부모의 수업료 부담이 지난해보다 월 10만원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중구 예장동 리라초등학교도 주당 영어수업을 학년당 5시간에서 8∼9시간으로 대폭 늘렸고 과학·수학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는 몰입교육도 시작했다. 총 8명의 원어민 강사를 둔 이 학교의 분기 등록금은 지난해 128만원선보다 9%가량 인상됐다. 노원구 중계동 상명초등학교는 지난해 1∼2학년만 수학·과학 영어몰입교육을 2시간씩 실시했는데 올해는 3∼4학년까지 확대하면서 원어민 강사를 4명이나 새로 뽑았다. 이에 따라 분기 수업료만 지난해 115만원선에서 올해 128만원선으로 10% 이상 인상됐다.

학부모의 비용 부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어수업을 따라가기 벅찬 아이들은 영어학원은 물론 과외까지 해야 하는 실정이다.

유태영· 이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
  • 송지효 '바다의 여신'
  • 김다미 '완벽한 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