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침으로 학부모들의 등골이 휘고 있다. 원어민 강사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영어학원비가 대폭 올랐다. 사립 초등학교들은 앞다퉈 영어 몰입교육을 도입하는 바람에 수업료가 대학 등록금을 능가하고 있다. 영어 공교육 정책이 시행되기도 전에 사교육비만 부추기는 꼴이다. 세계일보는 설익은 정책이 부른 영어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정부가 영어 공교육 강화를 주요 교육정책으로 내세운 뒤 학원마다 원어민 강사 모시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원어민 강사 희소 현상까지 빚어지면서 몸값이 급등하고 스타 강사를 구하려고 거액의 웃돈까지 얹어주고 있다.
문제는 학원들이 이처럼 원어민 강사를 구하는 데 든 비용이 고스란히 학원비에 반영돼 사교육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11일 서울 강남 등 학원가에 따르면 초중교 학생 회화를 가르치는 원어민 영어강사 몸값은 지난해보다 20∼30% 올랐다. 보통 초등학생 대상 영어학원에서 원어민 강사 1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려면 왕복 항공료 300만∼400만원, 월 주거비 40만∼50만원에 월급 200여만원 등 평균 6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새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방침 발표 이후 이들을 모시는 비용은 계속 오르고 있다. 비정규직 원어민 영어강사의 시간당 강사료는 4만원에서 최근 6만원으로 올랐다.
최근에는 계약기간도 채우지 않은 채 웃돈을 받고 다른 학원으로 옮아가는 강사들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일부 학원은 ‘성실하고 능력이 검증된’ 강사를 구하기 위해 현지 에이전트에게 기존 100만원의 소개비에 50만∼100만원의 웃돈을 얹어주기도 한다. 게다가 대형 학원들이 본격적인 영어 공교육에 대비해 스타 강사들을 ‘입도선매’하고 있어 실력 있는 원어민 강사들은 ‘귀한 몸’이 되고 있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가계 부담으로 돌아온다. 서울 대치동 한 초등생 전문 영어학원은 한 달에 20만원(주 6시간)과 30만원(주 9시간)짜리 프로그램 학원비를 올해부터 10만원씩 올렸다. 노원구 영어 전문 E학원도 한 달 20시간 기준 수강료가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랐고, 주변 학원들도 최소 10만원가량 학원비를 올렸다. E학원 관계자는 “원어민 강사 수는 한정돼 있는데 수요가 늘어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며 “강남은 원어민 강사를 구하기가 그나마 쉽지만, 강북 지역의 중소 규모 학원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소 규모 학원들은 미봉책으로 외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 강사를 고용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원어민 강사에 비해 찬밥 신세이던 이들이 속속 한국행을 선택하고 있다. 서울 대치동에서 초등생 영어를 가르치는 캐나다 국적의 교포 손모(33)씨는 “교포들은 원어민보다 몸값도 싸고 한국의 교육문화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오려는 교포 2, 3세들의 문의가 최근 20∼3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청담동 C학원 박모(43) 총무과장은 “최근 원어민 강사 몸값이 비싸져 차선책으로 교포 출신들을 유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이들은 몸값이 원어민 강사보다 저렴하고 비교적 의사소통하기 편한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조민중 기자 inthepeo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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