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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가설 짜깁기해 만든 공포영화”
“개연성있다” 반론도… 갑론을박 치열
“광우병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사람이 ‘매우 안전하다’ ‘매우 위험하다’고 얘기한다면 그는 사기꾼이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집중토론방에 ‘흠냐’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이 광우병과 관련해 올린 글의 일부다. BRIC는 황우석 박사의 논문이 조작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이공계 전문가들의 인터넷 게시판이다.

최근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따른 광우병 위험 논란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인터넷에는 온갖 괴담이 떠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자와 의사들 사이에서도 안전성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논쟁은 광우병에 대한 실체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데다 이로 인한 불안감이 사회적으로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우병, 몰라서 더욱 두렵다= 자신을 과학도라고 밝힌 ‘우부메’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한 줄로 요약하면 인간광우병은 여기저기서 따온 최악의 가설을 짜깁기해 만든 한 편의 훌륭한 공포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발병 메카니즘이 밝혀진 감염성 질환은 파괴력이 커도 사람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며 “하지만 규명되지 않은 질환은 집단 공포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우부메’는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은 분명 연관이 있다고 전제했다. 광우병이 가장 창궐한 영국의 경우를 봤을 때 8년의 시차를 두고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의 발생과 정점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광우병은 1987년 442건 발생을 시작으로 1992년 3만6683건을 기록하며 정점에 달했다. 이후 줄어들어 2003년 549건, 2007년 53건이 보고됐다. 이에 비해 인간광우병은 1995년 3명의 환자 발생을 시작으로 늘어나기 시작해 2000년 28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다시 감소, 2007년 3명이 광우병에 걸렸다.

그러나 원인에 대한 의견은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은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스탠리 프루시너 교수는 대량 정제한 프리온에 변형 프리온을 가하면 정상 프리온이 변형 프리온으로 바뀐다는 것을 알아내 1997년 노벨상을 받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가설로 남아 있다. 이론으로 승격되지 못한 것이다.

최근에는 프리온이 광우병의 원인이 아니라는 가설이 나오고 있다. 미국 예일대 로라 마누엘리디스 박사는 지난해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의 원인은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아니라 바이러스”라고 주장했다.

◆한국인은 광우병에 걸리기 쉽다?=자신을 의사라고 밝힌 아이디 ‘신의 손’은 “후일 그렇게 밝혀질지도 모르겠지만 글로벌 시대에 미국이나 영국에 사는 아시아인들이 유달리 발병률이 높았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며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걸리기 쉽다는 주장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자신을 역시 의사라고 소개한 다른 누리꾼은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반론을 폈다. 광우병 환자의 98%가 M-M 프리온 형질이었고, 한림대 의료팀이 한국인 500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M-M 유전자가 94.5%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영국에서 살다가 귀국한 일본인 중에서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이미 나왔기 때문에 잠복기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왜 지금 (우리나라에서 인간광우병이) 안 나왔냐고 성급하게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 모르니까 믿고 먹기보다는 더 기다려서 안전성을 확보한 후에 수입을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는 “의약품을 분류할 때 전문의약품을 일단 정하고 나머지를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는 것보다 일반의약품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를 모두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는 것이 사고 확률을 줄여 준다”고 주장했다.

우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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