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야생식물의 성장과정 장면을 위해 저자인 강병화 고려대 교수는 같은 식물을 몇 번씩 발품 팔아 촬영했다. 또 야생식물의 씨앗을 받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필요했다. 열매가 다 익었을까 가보면 벌써 씨앗이 떨어지고 없거나 너무 덜 익었거나 했다. 그렇게 시궁창이든 개펄이든 절벽이든 몇 번이고 찾아간 끝에 기적적으로 받은 씨앗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그저 보잘것없는 꽃을 피우는 ‘잡초’이기 일쑤였다.

이렇게 만든 자료로 원고를 집필하고 약초, 산채, 야생화, 산야초, 농작물 등 쓰임새에 따라 용어를 정리하여 묶어낸 책이 바로 ‘한국생약자원생태도감’이다. 2037종의 식물정보와 1만6236컷의 사진을 수록하고, 1·2·3권 총 3700쪽이며 무게가 15kg이나 된다. 식물학자들도 하기 어려운 일을 이루어낸 것이다.
자연과학분야 기초연구자들의 집념의 총체인 방대한 도감을 만든다는 것은 편집자로서 무척 영예로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지오북에서 펴낸 자연환경과 생태에 관한 단행본과 도감이 쌓일수록 편집자로서 정체성은 더욱 굳건해진다는 생각도 한다. 2005년 ‘한국양치식물도감’이 출간되었을 때 많은 격려와 우려를 함께 받았다. 식물학계에서도 미개척분야이며 자원식물로서의 가능성이 커 기초연구가 많이 필요한데 양치식물 도감이 없다는 말을 듣고 무모한 결정을 했었는데 지금까지 전문도감으로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쳐야 미친다’라고 했던가. 잡초학 박사 강병화 교수의 24년간 열정이 빛나는 이 ‘한국생약자원생태도감’ 역시 기후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식물자원, 생약자원을 찾는 연구자들이나 자연환경과 식물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되길 바란다.
황영심 지오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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