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지음/루덴스/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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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엔젤!―3중장애 승욱이의 눈물나는 장애극복 스토리/김민아 지음/루덴스/1만원 |
태어날 때부터 보지도 듣지도 말도 못하는 중복장애 아들 승욱이를 9년 동안 키운 엄마 김민아씨에 대해, 그의 절절한 장애 극복 이야기를 담은 ‘굿모닝, 엔젤!’ 편집자가 붙여준 찬사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 주인공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김씨는 3중장애 아들 승욱이를 자기 인생의 오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승욱이를 특별한 선물이라고 말한다. 승욱이를 통해 힘든 길을 함께 걸어준 수많은 천사들을 만났으며, 꿈꿔 보지도 못했던 일들과 상상도 못했던 것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하루를 살아도 승욱이가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사랑을 느끼며 네가 얼마나 축복받은 아이인지,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려주고 싶어. … 아들아, 마지막으로 이렇게 모자라고 부족한 엄마한테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만약 하나님이 ‘다시 태어나도 승욱이 엄마 하겠냐’고 물으시면 엄마는 거침없이 ‘네’ 할 거야. … 내 아들, 하나님이 주신 가장 귀한 선물, 정말로 사랑해.”
물론 김씨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낳은 아이가 장애아라는 것을 알곤 석달 열흘 동안 밤낮으로 울기만 했다. 심지어 의사마저 “앞으로 승욱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을 땐 세상 어디에라도 숨고 싶었고, 현실을 애써 부인하고 싶었다.
용기를 준 건 친정아버지였다. “에미가 자식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들도 네 자식을 부끄럽게 여기는 거야!” 아버지는 100일이 갓 지난 어린 승욱이를 업고 뒷산을 오르내리며 “이건 나무야 나무, 이건 흙이고. 지금 부는 바람은 동풍이란다” 하며 반응 없는 승욱이에게 세상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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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승욱이를 사랑으로 가르쳐준 트리샤 선생님. |
김씨는 마음을 다잡고 본격적으로 승욱이의 치료와 재활에 나섰다. 김씨의 표현을 그대로 옮긴다.
“승욱이를 낳은 날, 의사에게 승욱이 눈에 관한 이야기를 듣던 날, 미국으로 데리고 온 날, 눈 수술에 실패한 날,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학교에 처음 보내던 날, 승욱이 혼자 스쿨버스 타고 학교 간 날, 와우(인공 달팽이관) 이식수술을 한 날, 처음 승욱이가 스피치 교육을 받던 날, 이 모든 일이 안정을 찾아갈 즈음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까지 지난 7년간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나에게 버겁고 긴 시간이었다. 다시 7년을 이렇게 살라고 하면 난 분명 도망갈 거다. 승욱이를 키우면서 매일 밤 베개에 눈물을 쏟았다….”
올해로 아홉 살 된 승욱이는 지금도 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한다. 성공적 와우이식 수술로 한국말과 영어는 제법 알아듣지만, 아직 말은 못하기 때문에 의사표현은 수화로 한다. 그러나 김씨는 승욱이가 자기 혼자서 신발을 신고, 식사를 하고 “엄마야∼” 하고 부르면 자신을 알아보고 안기는 것을 볼 때마다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김씨는 그동안 참으로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미국 장애인단체 관계자, 자원봉사자, 교육청 직원, 병원 근무자, 교회 교우 등등. 이 가운데 승욱이가 아직 소리를 들 수 없어 온통 어둠과 침묵 속에 지낼 때부터 5년여 동안 오직 사랑으로 돌본 특수학교 ‘설리반’ 교사 트리샤를 잊지 못한다. 승욱이가 그 학교를 졸업하던 날 트리샤는 슬픔을 참으며 승욱이의 앞날을 축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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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사촌들과 함께 즐겁게 달리기를 하고 있는 승욱이(가운데)와 엄마 김민아씨. |
“저의 천사가 이 학교를 떠난다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지난 5년간 승욱이로 인해 행복했습니다. 행복해하는 승욱이의 얼굴을 매일 볼 수 없는 것이 제일 슬픕니다. 승욱아! 너의 앞날에 지금처럼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 승욱이로 인해 행복했단다. 승욱이와 함께한 많은 이들은 이처럼 한결같이 승욱이로 인해 자신이 치유받았다고 말한다. 세상에 천사들이 따로 없었다.
김씨는 남들 보기에 별것 아닌 사소한 일들에 감동을 받는다. 그러면서 이 땅의 장애 가정에 승욱이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길 소망한다.
“어느 날 뒤를 돌아보니 승욱이의 뒤를 따라오는 아이들이 보였어요. 그러다 보니 먼저 이 길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또 사랑의 빚진 자로서 책임감이 생겼지요. 저도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승욱이를 이만큼 키우지 못했을 거예요. 승욱이만 잘 키우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승욱이를 위해 좋은 모델이 되어야 했어요. 물론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또 다른 승욱이는 겪지 않도록 길을 내주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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