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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원보 특기팀 기자 |
탐사기획 ‘소방관이 쓰러진다’ 시리즈 첫회가 나간 뒤 어느 독자가 보인 반응이다. 본지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의 해당 기사엔 일선 소방관들의 댓글이 1000개 이상 붙었다. 우리 소방 행정의 암울한 현실을 고발하는 이메일도 쇄도했다.
소방관의 근무 여건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지난 2월 고 조동환 소방관의 순직이었다. 경기도의 한 ‘1인 지역대’에서 일하던 그는 혼자 화재 진압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그뿐이 아니다. 2007년 한해 경기도에서만 소방관 3명이 업무 도중 목숨을 잃었다. 올 초 이천 화재참사 당시 72시간 연속근무 후 뇌출혈로 쓰러져 기억을 잃은 이수호 소방관의 사례도 있다. 취재팀은 소방관들이 처한 현실을 ‘인권’의 시각으로 조명할 필요성을 느꼈다.
일선 119센터를 찾아다니며 많은 소방관과 대화를 나눴다. 이들이 호소한 것은 ‘24시간 맞교대’근무의 부당성만이 아니었다. “손이 없는데 무슨 응급조치를 해요? 환자를 뒤에 태운 채 구급차를 몰며 입 안이 바싹 마르죠.”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만드는 여건이 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 소방관의 인권에 대한 무관심이 이제 시민의 인권까지 위협하고 있었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목표로 숨가쁘게 달려오는 동안 ‘안전’에 대한 투자는 등한시됐다. 대형사고가 나면 그제야 호들갑을 떨며 ‘특별경계근무’니 뭐니 하는 말로 소방관들의 더 많은 노력을 주문하기에만 급급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소방관의 희생을 대가로 안전을 얻을 수는 없다. 현장을 강조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철학이 소방관에게도 미쳐야 한다.
양원보 특기팀 기자 wonb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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