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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레이디 맥베스’로 무대에 서는 정동환. 그는 “연극에는 만고불변의 이야기, 인간 본연의 문제가 담겨 있다”며 “스스로 역할을 창조하고 새로 써야 하는 배우에게 연극은 또다른 세상을 발견할 수 있는 원천”이라고 말한다. /예술의전당 제공 |
정동환이 예술의전당 20년 역사를 대표하는 연극으로 뽑힌 ‘레이디 맥베스’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레이디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맥베스 부인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작품.
“당시 작업을 할 때부터 이런 작품이 잘 유지되며 공연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또다시 관객을 만나게 됐습니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시도하면서 또 다른 느낌의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음악과 드라마, 배우 사이의 삼각균형이 잘 맞는 작품이 될 겁니다.”
남편과 함께 온갖 음모와 책략으로 왕을 살해하고 권좌를 빼앗는 맥베스 부인(서주희). 막상 권력을 잡게 되자 죄책감이 물밀듯 밀려온다. 궁중의사는 그 내부의 응어리를 심리치료로 풀어내는 역할을 한다. 정동환은 “이전 공연에서는 전의가 맥베스로 나타나는 과정에서 오해를 부른 부분이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좀 더 풀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보는 ‘레이디 맥베스’는 어떤 작품일까.
“작품의 의미야 보면 알 수 있겠지요. 우리는 숭례문 방화사건이나 야구선수 이호성의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참담한 시대에 살고 있어요. 이런 때에 연극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중 누구도 양심이나 욕망, 적개심 등 인간의 부조리한 본성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이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가 존재하는 한 안고 있어야 할 문제고, 우리 작품이 담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만한 연극이고 시청각적으로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는 곧 ‘이 시대에 왜 연극이 필요한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에 구닥다리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연극은 인간 본연의 문제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철학 강의처럼 틀림없는 말만 뽑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극장에서만 볼 수 있고, 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만고불변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지요.”
정동환은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한 후 TV나 영화에 머무는 연기자가 많은 상황에서 연극의 존재 의미를 몸소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연기자다. 그는 “연극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와서 감동을 받는 작품을 만들려는 사람도 있고, 사람을 많이 모으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후자 쪽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겠지만 내 몫은 전자 쪽”이라고 말했다.
연극 출연에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첫째는 창작극을 하겠다는 것이다. 번역극을 할 때는 진지하게 인간과 삶을 고찰하는 작품을 하자는 것이 두 번째 원칙이다. 남이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피하자는 것이 세 번째다.
어느덧 연기 인생이 40년을 넘었다. 정동환은 1965년 중동고 시절 동랑 유치진 선생이 주관한 학생연극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받으면서 데뷔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유별나게 연극을 보러가고 싶다, 나도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을 보면 특별한 끌림이 있었던 것 같다”고 회고한다.
연기자가 아닌 다른 삶의 그림자를 찾기 힘든 그가 연기를 안 했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그는 “한동안 집안에 목회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고대시대 춤과 노래가 제의 의식에서 출발했듯 연기와 신앙에 상통하는 고리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연기와 목회가 같은 행위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기 희생을 해야 하고 대중을 계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배우와 성직자의 행위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봅니다.”
연극은 연기에 대한 정동환의 끝없는 갈망과 열정을 받아주는 곳이다. 그는 “다양한 성향의 사람과 다양한 작업을 하며 재미와 새로운 맛을 느낀다”고 말한다.
“연기자는 작가와 감독에 따라 움직이면 안 됩니다. 반드시 자신이 창조하고 새로 써야 하죠. 일상적으로 나오는 것과는 다른 면이 있어야 해요. 선한 인물에도 언뜻언뜻 악한 면이 비치는 식이죠. 연극을 통해 이런 인물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젊은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많이 서기를 바란다.
“연극은 훈련이고 자기수양이에요. 라이브를 한다, 관객 앞에서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것은 카메라 앞에서 조각 연기를 하는 것과는 맥락이 다르죠. 연극판은 기본적으로 보상이 잘 안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무대에 섰을 때 일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분명히 다릅니다. 자기 인생을 표현하는 것이 배우인데, 연극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하게 되는 거죠.”
“올해부터는 연극을 좀 하려고 합니다. 나이가 들다 보니 언제까지나 연극을 할 수 있진 않겠다 싶어요. 유리 부드소프의 ‘갈매기’를 하려는 마음도 들고, 좋아하는 작품인 피터 쉐퍼의 ‘고곤의 선물’도 하고 싶습니다.” 21일∼4월13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580-1300
이보연 기자 bya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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