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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북]지금 당장 꿈꾸는 대로 살고 싶은가?

입력 : 2008-03-15 11:06:23 수정 : 2008-03-15 1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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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 고치려 노력 말고 강점을 잘 활용하라
4시간
티모시 페리스 지음/최원형 옮김/부키/1만3800원
“하루 14시간씩 일하고도 한 해에 4만달러밖에 못 받던 사내가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하고도 한 달에 4만달러를 벌게 됐다.”

일하는 시간은 20분의 1로 줄어들었는데, 매달 일년치 연봉을 벌게 됐다니, 이처럼 생뚱맞은 소리가 있을까 싶다.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의 원 제목은 ‘The 4-Hour Workweek’.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한다는 의미다. 책은 출간 당시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비즈니스위크의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석권했다. 허무맹랑할 것이라 짐작되던 이야기들은 논리로 무장된 작가의 자신감 넘치는 어조를 통해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본문 중 한 부분을 살펴보자.

“나는 수영을 시도해 보았지만 물에 빠진 원숭이 꼴이 될 뿐이었고, 농구도 해 보았지만 석기 시대 동굴인처럼 보일 따름이었다. 그 후 격투기 선수가 되었고,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갑옷의 모든 틈새를 고치려고 하는 대신 강점을 강화하는 게 훨씬 더 수지맞고 재미있다. (중략) 약점을 고치려 부단히 노력하느니, 당신이 가진 최고의 무기를 더 잘 활용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라.”

지은이 티모시 페리스의 이력은 독특하다 못해 기이하다. 생존 가능성 10%라는 진단을 받았던 미숙아였고, SAT 점수가 평균보다 40%나 낮았음에도 미국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프린스턴대학교에 진학했다. 일본어·중국어·독일어·스페인어 응용 언어학자이자 정치적 망명 조사관, 타이완 MTV 브레이크 댄서, 태국과 중국의 TV 진행자를 거쳤다. IT(정보기술) 버블기였던 2000년 가을에는 스물셋의 나이에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대박’을 노렸지만 하루 14시간씩 일하고도 해고당하는 비운을 맛본다.

이후 창업한 회사가 한 달에 4만달러라는 만족스런 수입을 안겨 줬지만, 하루 12시간씩 일주일에 7일 내내 일해야 하는 상황을 그는 견디지 못한다. 그는 회사가 운영될 수 있도록 응급조치만 해 놓고는 해외로 탈출해 상어 떼 사이의 다이버, 오토바이 경주 등 그가 하고 싶었던 삶을 마음껏 누리는 삶을 살고 있다.

이 책은 그가 프린스턴대의 기업가 과정 초빙 강사로 ‘재미와 수익을 위한 마약 밀매’ 강좌에서 선보인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로라 로덴 실리콘밸리 신규사업가 연합회장이 “이삼십 년 뒤가 아니라 지금 당장 꿈꾸는 대로 살고자 한다면, 이 책을 사라”고 추천한 것은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준다. 지은이 또한 “배가 나오고 머리가 벗겨진 뒤 BMW를 몰고 다닌들 과연 행복한 것인가”라며 강력히 문제를 제기한다.

책을 닫은 뒤 지은이의 논리에 공감할지 여부는 독자에게 달려 있다. 다만 그는 새로운 인생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을 뿐 ‘진실’이나 ‘거짓’ 중 하나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미리 염두에 둬야 할 듯하다.

김창덕 기자 drake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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