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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금' 영화가 흥행이 안된다고? NO

입력 : 2008-03-13 19:38:17 수정 : 2008-03-13 19: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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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의 돌풍이 무섭다. 개봉 4주차 만에 4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로는 이례적이다. 흔히 ‘18금’ 영화는 흥행에 불리하다는 속설이 있다. 과연 그럴까.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손익분기점(2007 평균 제작비 37.2억원 대비 전국 200만명)을 넘긴 흥행작을 분석한 결과 ‘18금’ 등급과 흥행의 상관관계가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 친구·타짜·색즉시공… 흥행작 뭐가 있나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해 ‘추격자’까지 200만명 이상을 동원한 작품은 총 73편. 이 중 15세 이상이 32편으로 가장 많고 12세 이상 19편, 18세 이상이 17편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관람가 등급으로는 ‘집으로’ ‘말아톤’ ‘맨발의 기봉이’ 등 4편에 불과했다. 결국 12세와 18세 관람가는 흥행도가 비슷해 성인등급 영화가 흥행에 불리할 것이란 예측은 실제와 달랐다. 

최고 흥행작은 곽경택 감독의 ‘친구’로 전국 관객 818만명을 동원했다. 다음으로 ‘타짜’가 684만명, ‘색즉시공’이 408만명을 기록했다. 이들 세 편이 400만명을 넘었으며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추격자’가 ‘18금’ 영화 흥행 순위 3위에 올라설 전망이다. ‘친구’와 ‘타짜’는 역대 한국영화 흥행 순위에서도 각각 5위와 7위에 올랐다.

300만명 이상을 끌어모은 작품은 ‘친절한 금자씨’ ‘스캔들: 조선남녀 상열지사’ ‘두사부일체’ 등 총 6편, 200만명대는 ‘음란서생’ ‘범죄의 재구성’ ‘세븐데이즈’ 등 모두 7편이었다.

장르별로는 ‘올드보이’ ‘달콤, 살벌한 연인’ 등 스릴러가 6편으로 우위를 점했다. 폭력 장면 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장르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액션으로 분류되는 작품은 ‘공공의 적’ ‘사생결단’ 등 5편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장르의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었다. 다음으로 멜로(3편), 코미디(2편), 드라마(1편)가 차지했다. 좀처럼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기 힘든 코미디 장르가 두 편이나 되는 것도 눈에 띈다. 사극의 경우 ‘스캔들’ ‘음란서생’ ‘혈의누’ 등 세 편이 이름을 올렸다. 장르 분류는 각 영화 사이트와 영진위 작품 정보를 토대로 비중이 큰 쪽을 주요 장르로 처리했다. 

# ‘18금’ 영화가 흥행하는 이유는

작품 고유의 독특한 개성과 색다른 시도가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사실 흥행작 면면을 살펴보면 기획 초기 성공을 예상치 못한 작품들이 많다. 대부분 관객의 정서와 맞지 않거나 기존 장르의 익숙함에서 한발 비켜서 있다.

‘올드보이’는 과도한 폭력성과 근친상간 코드를 내세웠고 ‘타짜’는 한국영화 처음으로 도박판 이야기를 시도했다. ‘범죄의 재구성’이나 ‘세븐데이즈’는 미드 스타일처럼 잘 짜인 스토리와 탄탄한 구성이 돋보인 본격 장르 영화였다. 반대로 ‘추격자’는 반전에 목매는 여느 스릴러와 달리 초반부터 범인을 공개하고 도식적인 결말을 피해 장르의 도식성을 탈피했다. ‘색즉시공’은 할리우드식 화장실 유머를 전면에 배치해 성공한 사례다. 당시 한국 코믹물은 조폭 코미디나 로맨틱 코미디가 대세였다. 

영화적 색깔을 강조하기 위해 성인 등급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18금’이 예상되는 영화들은 자체적으로 한 단계 낮춰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심위를 신청한다. 아무래도 등급이 낮아지면 관객층이 그만큼 넓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하게 등급을 낮춰 작품의 콘셉트를 흐트리느니 차라리 ‘18금’을 유지해 확실하게 어필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먹히고 있다. ‘색즉시공’이 15세 관람가였다면 어중간한 섹시 코미디라는 이미지 때문에 흥행이 힘들었을지 모른다.

‘추격자’를 제작한 영화사 비단길 이선우 과장은 “처음부터 18세 이상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시나리오를 대폭 손질해 15세로 낮추느니 그냥 우리 색깔로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화평론가 김영진 명지대 교수는 “그동안 안전한 길만 고집했던 한국영화는 18금 영화의 성공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며 “12세든 18세든 모두 볼 수 있는 내용만 찾다 보니 역으로 성공하기 힘들었다. 소재의 다양화로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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