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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왕가위 감독 이메일 인터뷰

입력 : 2008-03-07 13:16:34 수정 : 2008-03-07 13: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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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의 거리감 이야기하고 싶었다"
몽환적이며 흔들리는 화면, 글루미하면서도 세련된 영상, 도시적 감수성, 그리고 허무와 고독….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왕자웨이(왕가위) 스타일’이다. 그는 이 시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이자 낭만주의자다. 그동안 현대인의 고독과 단절, 소통의 욕구 등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아냈다. ‘아비정전’ ‘중경삼림’ ‘동사서독’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등 제목만 들어도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는 작품이 많다. 왕자웨이가 신작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이하 블루베리)를 들고 찾아왔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바 있다.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그를 만났다.

“마지막 키스 신은 물론 내 아이디어였다.”

최고의 낭만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아마 엔딩 신일 것이다. 실연의 아픔을 치유하러 떠난 여행에서 거의 1년 만에 돌아온 여자와, 블루베리 파이를 만들며 그녀를 기다린 남자의 재회. 피곤에 지쳐 탁자에 엎드린 그녀에게 남자는 마치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것처럼 업사이드다운 키스를 한다. 왕자웨이 감독은 주제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사람 사이의 거리감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단절돼 있던 두 사람이 마지막에 키스를 통해 이어지는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비단 이 장면만이 아니다. 영상 미학의 대가답게 인상적인 화면이 많다. 이를테면 유리창 밖에서 건물 내부를 찍는다거나 인물의 움직임을 흐릿하게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색감이 뛰어나고 명암 대비가 뚜렷해 화면의 질감이 생생하다. 전체적으로 세련된 톤이다.

왕자웨이는 촬영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그동안 류웨이창(유위강), 크리스토퍼 도일 등 훌륭한 촬영 감독과 함께 일했다”며 “내가 생각하는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이들은 구체적인 장면으로 구현해 준다”고 평가했다. 이번에도 그는 ‘세븐’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등을 찍은 할리우드의 실력파 다리우스 콘지랑 작업했다.

한쪽에선 그를 내러티브보다 스타일을 우선하는 연출자라 평한다. 영상미에 집착한다는 비판이다. 극중 여주인공 대사처럼 “너무 감상에 빠졌던 건 아닌가”라고 물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분명하다.

“오감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표현력 없이는 좋은 스토리텔러가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말하자면 영상이 단순히 스토리를 구현하는 형식이 아니라 그 자체가 또 다른 내러티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는 그동안 내용과 형식이 서로 호흡이 맞도록 영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특정한 내용은 오직 그에 맞는 특별한 형식을 통해서만 그 느낌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죠.”

‘블루베리’는 ‘2046’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확실히 전작에 비해 부드러워졌다. 더 밝아졌다. 허무주의는 극복되고 고립된 인물들은 다시 소통한다. 대중과의 접촉면을 넓히려는 의도가 보인다. 할리우드에서 톱스타들과 함께 작업한 점도 그렇다.

왕자웨이는 예전보다 쉬운 영화를 만들려고 작정한 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담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마 영어가 중국어보다 더 쉽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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