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김사랑양은 부모의 권유로 학교 급식 우유를 신청했지만 제대로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생님이 몇차례 강요해야 겨우 마시거나, 마시지 않고 가방에 넣어가기 일쑤다. 이처럼 우유를 기피하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이와관련, 김포의 한 초등학교 김모(27·여)교사는 “급식 시간마다 남는 우유를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이들이 우유를 잘 먹지 않아 매일 2~5개씩 남는가하면, 우유를 받아간 아이들도 몰래 버리는 경우가 많아 지도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 학생수가 38명인 이 학급의 경우 지난해 3월 학기시작 할때는 우유 급식 신청자는 20명이나 됐지만, 매월 줄어들어 마지막 달인 지난 2월에는 3명에 불과했다.
우유는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해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권하는 ‘1등 식품’이지만, 정작 아이들에게는 ‘기피식품’이 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우유 좋아∼ 우유 좋아∼ 우유 주세요∼’로 시작하는 ‘우유송’이 초등학생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아이들의 우유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졌지만 이젠 우유송의 ‘약발’도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경우, 전국 우유급식률은 2003년(98.6%)을 정점으로 2004년 81.4%, 2005년 76.9%, 2006년 77.8%로 감소하고 있다.
아이들이 급식 우유를 기피하는 것은 흰우유라 맛도 없고 마시면 배가 아프다는 게 그 이유다.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 교사 이모(32)씨는 “우리 학교는 점심 급식에 우유가 포함돼 있어 아이들이 전부 먹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우유를 마시면 배탈이나 아토피 증상을 호소하는 등 우유가 체질에 맞지 않는 아이들이 간혹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농림부는 급식우유를 흰우유 이외의 품목으로 다양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학교급식우유개선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중·고등학교의 경우 흰우유 외에 국산원유를 원료로 설탕과 색소를 가미하지 않은 우유에 한해 품목을 다양화할 수 있으며, 초등학교의 경우엔 흰우유만을 급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학생·학부모·교사의 의견을 수렴해 주 1회 이내 품목을 다양화할 수 있게 했다.
낙농진흥회 조재준 홍보팀장은 “흰우유를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 중고등학생에서 이 제도를 실시하면 학생들의 우유급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소비량도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세계일보 온라인뉴스부 bodo@segye.com, 팀블로그 http://ne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