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헤라의 간교로 시련당하는 영웅, 헤라클레스

관련이슈 신화 속 사랑

입력 : 2008-05-07 17:41:02 수정 : 2008-05-07 17:41:02

인쇄 메일 url 공유 - +

“그러면 자네는 이제 네메아의 계곡으로 가서 우리 국민을 괴롭히는 그 끔찍한 사자를 물리치고, 그 괴물의 가죽을 벗겨서 내게로 가지고 오게.”

헤라클레스는 헤라의 간계에 걸려들어 결국 에우리스테우스의 부하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명령이면 무엇이든지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에우리스테우스는 헤라클레스가 도저히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만 골라서 그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헤라클레스는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노역’이라 일컫는 과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첫 번째 노역은 네메아의 사자와의 싸움이었다. 네메아 계곡에는 한 마리 무서운 사자가 출몰하고 있었다. 그래서 에우리스테우스는 헤라클레스에게 이 괴물의 모피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헤라클레스는 에우리스테우스에게 자신 있게 네메아 골짜기에 사는 사자를 처치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리고는 이 사자를 물리칠 계획을 세웠다. 이미 무시무시한 사자를 물리치고, 50명의 여자를 상대한 적이 있었던 그는 전혀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 사자는 달의 여신인 셀레네가 젖을 먹여 키운 불사신의 괴물이었다. 이 사자의 부모는 오르트로스(또는 티폰)와 에키드나였다. 티폰은 100개에 달하는 뱀의 머리를 달고 있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는데, 이 괴물이 에키드나와 정을 통해 이 무시무시한 사자를 낳았던 것이다. 

사자의 어미인 에키드나는 상반신은 아주 황홀하리만큼 아름다운 여인이었는데, 하반신은 징그러운 뱀이었다. 티폰은 그녀의 상반신만 보고는 그 매혹에 빠져 에키드나를 죽자 살자 따라다니다 결국 그녀와 정을 통해 격렬한 사랑을 나누었는데, 그 사이에서 엄청난 사자가 태어난 것이다.

 그 사자를 물리쳐야 하는 과업을 맡은 헤라클레스, 실상 헤라클레스에게 그런 시련을 주는 것은 헤라였다. 헤라는 제우스가 바람을 피워서 낳은 헤라클레스를 무척이나 미워했으며, 제우스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헤라클레스에게 복수를 하려고 에우리스테우스 에게 그를 보내는 신탁을 내리게 했고, 이 괴물을 아르골리스 지방의 네메아로 보내서 헤라클레스를 혼내주려고 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헤라클레스는 신탁을 받은 대로 에우리스테우스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헤라클레스는 의기양양하게 네메아의 사자를 물리치려고 출발했다. 그는 그곳으로 가는 도중 클레오나이를 지나가야 했는데, 그곳에서 몰로르코스라는 가난한 농부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농부 몰로르코스는 헤라클레스를 맞아 아주 정성을 다해 손님을 모셨다. 그러면서 농부는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한 마리밖에 없는  숫양을 그에게 바치겠다고 했다. 그러자 헤라클레스는 진정으로 고마웠지만 극구 사양하며 말했다.

“너무 고맙습니다. 하지만 한 달 후에 당신의 정성을 받도록 하겠소. 나는 지금부터 네메아의 사자를 퇴치하러 떠나야 하오. 만일 한 달이 지나도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나를 영웅으로 여기고 그 양을 제물로 받쳐 주시오. 그러나 한 달 후에 내가 괴물을 퇴치하고 돌아오면 그 양을 조물주인 제우스에게 바치도록 하시오.”

 헤라클레스는 그 날 저녁은 농부의 집에서 편안히 묵은 다음 날 아침 일찌감치 네메아의 계곡을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네메아의 계곡은 사람들이 접근하기도 어려운 곳이었다. 괴물은 이 계곡에 거처를 마련하고, 가끔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을 해치고 온갖 행패를 부리곤 했다. 그리고는 한바탕 난리를 친 후 다시 이 네메아의 계곡으로 들어와서 쉬곤 했다.

 헤라클레스는 단단한 몽둥이와 활만 들고 계곡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중에 밤이 오면 그는 은신처를 마련하고는 잠을 자곤 했다. 그렇게 숲속 깊이 들어가면서 천하의 헤라클레스였지만 심상치 않은 소리라도 나면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며칠 째 네메아의 계곡을 향해 계속해서 들어갔다. 수상한 소리가 나면 괴물이 나타나는가 싶어 긴장을 하면 숨이 멎는 것 간은 순간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이 날도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계곡에는 정적만이 감돌며, 뭔가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잔뜩 긴장한 그는 앞을 주시하며 나아가고 있었다. 적막감이 도는 숲 속에서 저녁에 느끼는 음습함에 심장이 뛰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일순간 호흡을 멈추며 멈추어 섰다. 말로만 듣던 어마어마한 큰 사자가 그의 앞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사자라기보다는 괴물에 가까웠다.

 한 두어 발 뒤로 물러선 헤라클레스는 침착성을 되찾으며 괴물을 향해 힘차게 활시위를 당겼다. 화살은 경쾌하게 휘익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갈랐다. 그 화살이야말로 아폴론 신이 그에게 특별히 주었던 것이었다. 그는 화살이 날아가는 방향을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의 활에서 떠난 화살은 그 무섭다는 괴물에게 정확하게 명중하는 것 같았다. 헤라클레스는 의외로 쉽게 괴물을 물리친다는 생각을 하니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다음 순간 그는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사자를 바라보았다. 아폴론이 준 그 화살은 사자의 배에 맞고 다시 튕겨 헤라클레스 쪽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헤라클레스의 출현에 화가 난 괴물은 즉시 그에게 달려들었다. 위기일발의 순간, 이제는 아폴론의 화살도 무용지물이 된 데다, 가까이서 덤벼드는 사자에게 화살을 날릴 공간도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달려드는 괴물에게 올리브나무로 된 곤봉을 휘둘렀다. 하지만 괴물은 무지막지하게 그에게 더욱 기세등등하게 달려들었다. 천하무적인 헤라클레스였지만 사자는 만만치 않았다. 

그가 휘두르는 곤봉에 사자는 정확하게 가격을 했다. 순간 무서운 기세로 돌진하던 괴물은 멈칫했다. 그러자 헤라클레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그의 곤봉은 맥없이 부러지고 말았다. 괴물도 멈칫하며 겁을 먹긴 했지만 이내 헤라클레스가 아무런 무기도 없어진 것을 알고는 더욱 거세게 덤벼들었다.

 그야말로 아무도 없는 네메아의 계곡에서 헤라클레스는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제는 아무런 무기도 없이 그는 맨손으로 네메아의 악명 높은 괴물과 싸워야만 했다. 이제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밖에는 없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 그가 여기서 쓰러진다 해도 그를 발견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에 그는 전력을 다해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괴물은 그를 덮쳐왔다. 그렇다고 그냥 당할 수만은 없었다. 헤라클레스는 이제 맨손으로 괴물과 맞섰다. 괴물이 그를 덮쳐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헤라클레스는 가까스로 괴물을 피한다. 그러면서 재빨리 괴물의 등으로 올라가 목덜미 쪽을 잡고는 한 손으로 괴물의 목을 감고는 힘 있게 졸랐다. 숨이 막힌 괴물은 몸을 비틀며 흔들어 댔다. 자칫 떨어질 뻔 한 헤라클레스는 중심을 잡고는 죽을힘을 다해 괴물의 목을 졸랐다. 괴물은 심히 괴로워하며 온몸을 거세게 흔들어댄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괴물의 몸에 꼭 붙어서 놓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목을 두른 팔에 힘을 더했다. 거의 한나절을 괴물과 헤라클레스의 힘겨운 사투는 이어졌다. 결국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괴물은 한나절을 버틴 끝에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헤라클레스는 더욱 힘을 가해 사자의 숨통을 끊은 후에 그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하게 큰 사자의 가죽은 엄청나게 컸다. 헤라클레스는 사자의 가죽을 몸에 둘렀다. 그러자 장대한 그의 몸을 전체를 감싸는 그럴듯한 의복이 되었다. 그는 의복대신 사자의 가죽을 두르고 클로에나이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신들의 거처에서 이를 지켜보던 제우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면서 자신 때문에 고난을 겪는 헤라클레스를 위해 무엇인가 해주고 싶었다. 제우스는 우선 헤라클레스의 무훈을 기념하기 위해, 헤라클레스가 해치운 이 사자를 하늘에 올려다 별자리로 삼았으니 사자자리가 되었다.

 한편 에우리스테우스는 헤라클레스를 보내놓고는 한 달이 다 되어가자 필시 헤라클레스가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농부가 바치기로 했던 숫양을 제물로 바치기로 하고, 그 일을 시행하려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마침 헤라클레스가 의기양양하게 엄청나게 큰 사자의 가죽을 몸에 두르고 돌아오고 있다는 전갈이 왔다. 그리고는 얼마 후 헤라클레스가 티린스의 왕 에우리스테우스에게 그것을 보㈐羚駭? 그는 직접 사자의 가죽을 보고는 너무도 놀랐다. 그는 헤라클레스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두려운 나머지 청동 가마 속에 들어가 숨었다.

헤라클레스는 고개를 갸웃하며 큰소리로 말했다.

 “왕이시여. 당신이 분부한대로 괴물을 처치하고 돌아왔소. 그러니 이제 확인을 하시고, 다음에 해야 할 과업을 알려주시오.”

그러자 왕은 청동 가마 속에 숨은 채로 그에게 말했다.

“알았어, 알았네, 그 결과물은 거기에 두고, 다음 과업을 하러 떠나게. 다음 과업을 말해주겠네. 아르고스 지방에 무지하게 큰 물뱀이 있네. 이 물뱀이 아르고스 지방을 휩쓸며, 사람들을 괴롭히고, 샘을 막아 가뭄을 들게 하여 주민들이 죽을 지경이 되었다네. 그러니 자네가 가서 그 괴물을 처치하고, 그 결과물을 증표로 가져오면 되는 것이네. 그러니 어서 그 괴물을 처치하러 떠나게.”

/ 최복현 amourchoi@hanmail.net  블로그 http://blog.daum.net/artofloving
 

% 필자가 번역한 최근작 <어린왕자>의 모토가 된 감동적인 책 <인간의 대지>를 서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대지> 바로가기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있지 유나 '반가운 손인사'
  • 에스파 카리나 '민낮도 아름다워'
  • 한소희 '완벽한 비율'
  • 최예나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