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은 차기 정부가 노동자를 무시하고 친재벌의 간판을 내거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홍순광 민주노총 비정규국장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장기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물론 구속·해고된 노동자 문제 등 노동 현안에 대해 취임 전에 이명박 당선인의 성실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고자 순회투쟁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19일 투쟁사업장 공동으로 서울 인왕산을 올라 투쟁 결의를 다지고, 20일에는 광화문 시민공원에서 집회를 여는 등 25일까지 국회, 한나라당 당사, 경제인총연합회 사무실 앞 등지에서 매일 서너 차례 집회를 갖는다. 특히 24일에는 이명박 당선인이 다니는 서울 신사동 소망교회에서 이랜드·뉴코아 파업 관련 선전전을 펼칠 예정이다.
대통령 취임식 당일인 25일에도 투쟁사업장 승리 결의대회를 연다. 홍 국장은 “25일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총연맹 차원의 집회를 할 예정이지만 이날은 대통령 취임식이라 경찰이 경호권을 발동할 가능성이 커 장소는 아직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의 투쟁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도 더 격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인수위 측이 노사화합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어떤 정책이나 행동은 없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라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해결하고 대안을 내놔야 한다. 취임식 이후에도 사업장별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노동자들과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공동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11∼14일 미국을 방문, 샌더 레빈 미 하원 세입세출위원회 무역소위 위원장과 존 스위니 미국노총산별회의 위원장, 안나 버거 승리혁신연맹 위원장 등을 만나 한미 FTA 비준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민노총은 밝혔다.
이 위원장은 “7월에 일본 홋카이도에서 G8 정상회담이 열릴 때 미국 노동자들과 함께 FTA의 해악을 알리는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노총이 강도 높은 투쟁을 선언하고 나서자 경찰은 상황 파악에 나서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민주노총 집회에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얼마나 많은 인원이 참여할지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며 “규모 등에 대한 판단이 서면 세부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 단계에선 원칙대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집회 시 도로점거 등 불법행위는 현장검거를 우선하고 증거를 수집한 뒤 사후에도 사법조치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할 계획이다. 또한 미신고 집회를 강행할 경우에는 강력하게 해산시키겠다는 것이 경찰의 의지다.
박호근·이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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