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일가 조기소환 가능성 커져

윤정석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소환조사하는 고위 임원들은 e-삼성 고발 사건 피고발인 신분인 금융 계열사의 임원과 차명계좌·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된 IT 및 금융 계열사의 고위 임원들”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은 그룹의 ‘양대 축’인 전자 및 금융 계열사 중에서도 대표적 회사라는 점에서 삼성그룹 핵심 임원들의 줄소환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소환된 임원 중 삼성전자 기술총괄 담당인 이 부회장은 ‘애니콜 신화’ 주역으로 휴대전화 사업을 그룹 주력사업으로 성장시켜 삼성전자를 세계 톱 클래스 회사로 성장시킨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04∼07년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을 지낸 뒤 지난해부터 기술총괄 부회장(CTO)을 맡고 있다.
이수창 사장은 2001∼06년 삼성화재 사장을 역임한 뒤 2006년부터 삼성생명 사장을 맡고 있다. 삼성생명은 자산규모가 시중은행과 맞먹는 수준으로 삼성 지배구조를 지탱하는 ‘금융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배호원 사장은 그룹의 재무전문가로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이학수 부회장 등 전략기획실 핵심 라인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소환된 신응환 삼성카드 전무는 ‘e삼성’ 대표를 지냈으며 특검팀은 이재용 전무가 주도했다가 실패한 ‘e삼성’ 사업과 관련해 계열사들이 e삼성 등 IT기업들의 지분을 사들여 그룹에 손실을 끼친 의혹을 조사 중이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들의 줄소환이 본격화됨에 따라 차명계좌 관련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차명계좌와 비자금의 물증을 충분히 확보한 만큼 차명계좌 명의인들로부터 확인만 하면 되는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따라서 이번 주 내로 비자금 운용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전략기획실 김인주 사장과 최광해 부사장, 전용배 상무 등 핵심 임원들을 불러 전략기획실과 차명계좌 및 비자금과의 관련성을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한 차례 출석했던 이학수 부회장의 재소환도 조율 중이다. 이처럼 삼성에 대한 특검팀의 전방위 압박이 거세지면서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조기소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향후 특검팀의 비자금 출처와 용처 수사의 방향이다. 특검팀은 이미 검찰에서 넘겨받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항공 등 5개 계열사의 회계감사 자료를 분석하기 위해 회계사 3명을 특별수사관으로 충원, 삼성의 분식회계 및 비자금 조성 여부를 확인 중이다. 특검팀은 검찰로부터 이들 5개 계열사의 회계법인 감사보고서 1266권(160박스)을 넘겨받았다. 김용철 변호사는 그동안 계열사들이 분식회계를 통해 삼성중공업 2조원, 삼성물산 2조원, 삼성항공 1조6000억원, 삼성엔지니어링 1조원, 제일모직 6000억원 등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해 왔다.
출처 부분과 관련해서는 2002년 불법대선 자금에 대한 삼성 채권의 유통 경로를 파악 중인데, 향후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이우승·조민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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