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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제주도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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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2-15 15:02:39 수정 : 2008-02-15 15: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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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9월 23, 24일 이틀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일본의 모리 요시히로 총리가 도쿄 부근의 아타미(熱海)에서 두 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일본이 정상회담의 장소로 애용하는 아타미는 바다에 면해 있는 온천 휴양지로 성가를 자랑한다.

아타미는 그러나 그러한 천혜의 휴양지로서뿐 아니라 또 다른 것으로도 세계에서 유명하다. 다름 아닌 고물가다. 도쿄가 대도시 가운데 세계 제1의 물가로 악명을 떨칠 때 아타미는 세계적 관광지·휴양지 중 가장 물가가 비싼 지역으로 평가되었다.

우리 역시 그 빼어난 경관으로 정상회담 장소로도 사랑받는 제주도의 물가가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의 생선회는 서울보다 60% 비싸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회값은 저렴하겠지 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갈치조림, 흑돼지 오겹살 등 서민용 한 끼 음식도 지갑을 열기 망설여진다. 호텔값도 서울 등지보다 높게 책정돼 있고 펜션 민박도 강원, 충청도의 갑절이나 된다.

집 떠난 나그네가 만나는 고민은 음식과 잠자리인데 이렇게 되면 제주에선 먹고 자기가 겁이 난다.

설·추석 등의 연휴는 물론 사시사철 중국이나 일본으로 빠져 나가는 내국인 관광객으로 공항이 몸살을 앓는 것도 이유가 있다. 제주도의 골프 비용은 특소세, 교육세가 면제돼 다소 싸지만 주말 요금은 호남권과 별 차이 없고 경기 도우미 봉사료와 카트비는 더 비싸니 만사휴의다. 얼마 전에 대구에서 중국 하이난섬으로 출발하려는 골프 여행객으로 몸이 무거워진(?) 비행기가 뜨지 못한 황당괴사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렇지만 제주도에서 희망을 본다. 제주가 고물가인 현실을 과감히 자백했기 때문이다. 제주 관광 현주소를 알몸 그대로 공개했다는 것은 용기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스스로 부끄러운 부분을 남 앞에 과감히 드러낸 것은 자성의 몸짓이요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뜨거운 다짐으로 여겨진다.

제주가 가격을 내리고 친절로 중무장한다면 제주를 찾는 내외 관광객이 북적댈 것이다. 제주 관광객이 넘쳐 제주행 비행기표와 제주 호텔 숙박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는 그런 날이 오면 좋지 않을까.

조병철 수석 논설위원 

조병철 수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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