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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아름다움이 파멸을 부른다?

입력 : 2008-02-11 10:32:50 수정 : 2008-02-11 10: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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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지나친 아름다움은 오히려 독이다?

 누구나 아름다움을 원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아름다운 외모는 종종 다른 능력보다 우선 평가받는 기준이 되곤 한다. 예쁘면 살기 더 편하다는 말이 오래된 진리처럼 통하는 세상에서 아름답기 때문에 부러움과 찬탄의 대상이 되는 미녀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득이 되기보다는 독이 될 수도 있을까?

 모니카 벨루치 주연의 영화 ‘말레나’(2001)는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집단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한 여자의 삶을 그렸다. 남자들은 그녀를 욕망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여자들은 질투와 시기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반면,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금발이 너무해’(2001)는 “예쁜 것도 때론 손해랍니다”라며 ‘금발 미녀는 멍청하다’라는 사회의 편견을 비튼 코미디물이다. 바비 인형처럼 예쁜 금발 여대생 엘 우즈는 하버드 법대에 다니는 남자친구로부터 “넌 내 아내감이 아니야. 마릴린 먼로보다는 재클린 케네디 같은 여자가 필요해”라며 이별을 통보받는다.

 14일 개봉하는 한국영화 ‘아름답다’는 제목에서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주인공이며, 아름답기 때문에 ‘손해’를 보고 나아가 파멸에 이르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는 앞의 두 영화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욕망하면서도 업신여기는 사회적 시선과 편견을 문제 삼기보다는 아름다운 여자를 파괴하고 가학적으로 다루는 데서 미적 쾌감을 얻는다. ‘말레나’처럼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불행해진 한 여자의 삶을 그렸지만, 그 방식이 여성을 지나치게 학대하고 극단적이어서 여성 관객을 보기 불편하게 만든다.

 ‘아름답다’는 김기덕 감독 원작에, 김기덕 감독 영화의 연출부 출신인 전재홍 감독의 장편데뷔작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화제가 됐다. 너무 아름다운 여자 은영(차수연)은 어딜 가나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 그녀를 무작정 쫓아다니는 남자들만 해도 여러 명. 어느 날 은영은 그녀의 스토커 중 한명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 성폭행 가해자는 “당신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랬어요. 내가 강간범이 아니라 너무 아름다운 당신이 나를 강간한 거예요”라고 말한다. 성폭행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 역시 “강간범이 무슨 죄야. 그런 (아름다운) 몸을 가진 게 죄지”라는 망발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저주하게 된 은영은 그 치명적 아름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 방법은 폭식과 거식증이라는 자신을 학대하는 방법이다. 극단적으로 자신을 학대하고 파멸해가는 여자의 모습은 때론 너무 과장스러워서 우스워 보이기까지 한다. 점점 망가져가는 은영을 옆에서 안타깝게 지켜보던 경찰 은철(이천희)이 영화 속 유일하게 멀쩡한 남자로 은영을 보살폈지만, 지나치게 아름다운 은영을 바라보다 그 역시 가해자 스토커와 비슷한 길을 간다.

 아름답기 때문에 성폭행당하고, 가해자나 피해자나 모두 그 죄악의 원인을 피해자인 여자에게로 돌리는 상황은 어처구니가 없다. 그릇된 미의식과 가해자를 통해 사회와 집단의 이중성을 통렬하게 꼬집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편견을 극복해내고 살아남는 여자도 없는, 아름다움과 그로 인한 폭력과 파멸만을 전할 뿐이다. 아름다움은 운명이고 그 결과는 파멸밖에 없다는 가학적이고 안이한 주제 의식에 한숨이 나올 정도다. 그게 과연 사회의 뒤틀린 미의식을 고민한다는 제작 의도와 부합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성폭행 결과를 피해자인 여자의 잘못으로 모는 상황 설정은 여성 관객에게도 불편함을 주지만, 모든 남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듯한 설정 역시 남성 관객에게 호응을 얻지 못할 듯싶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블로그 http://www.kimjih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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