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여정 이미 국내 유통… 他종목으로 수사 확대
세관 “상당수 복용 드러나… 오용실태 첫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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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된 약물들 부산세관이 전직 국가대표 등 8명의 보디빌딩 선수에게서 압수한 앰플형 스테로이드. 이들은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11만2000여정(1억7000만원)의 스테로이드를 구입한 뒤 전국에 판매했다. 연합뉴스 |
〈본보 1월7일자 1면 참조〉
부산경남본부세관은 보디빌더 유모(29)씨와 전 국가대표 보디빌더 등 8명을 스테로이드 밀수혐의로 검거하고 이들이 밀수한 11만2100정, 1억7000만원 상당의 스테로이드 중 1만7215정, 3000만원 상당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세관은 압수되지 않은 물량은 상당 부분 국내에서 소비된 것으로 보고 유통 경로에 대해 수사중이다.
부산세관에 따르면 유씨 등은 2006년 2월∼2007년 12월 해외에 개설된 불법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스테로이드제를 구입한 뒤 책이나 서류, 과자인 것처럼 포장하는 속칭‘심지박기’수법으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국제 일반우편으로 주문받은 약물을 수차례에 걸쳐 분산해 밀반입했고, 주요 공급처는 동남아시아 및 러시아, 루마니아, 몰도바, 그리스 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 등은 도핑 검사를 피하기 위해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의 체내 잔류기간을 넘겨 대회에 출전해 왔으나 이들 중 일부는 2007년 대한보디빌딩협회에서 실시한 도핑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영구제명 조치됐다.
부산세관 김병두 조사국장은 “유명 보디빌딩 선수 가운데 상당수가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동료와 선후배들이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등 심각한 스테로이드 오용 실태가 최초로 확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이번에 검거된 보디빌딩 선수들은 전국적으로 체육관을 운영하는 등 보디빌딩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세관은 앞으로 스테로이드 등 금지약물의 밀수 단속을 위해 미국 마약청(DEA) 한국지부와 함께 현지 단속을 강화하고, 보디빌더 외에 다른 운동선수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스테로이드는 콜레스테롤에서 만들어지는 신체조절물질의 포괄적인 명칭으로, 문제가 되는 약제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단백동화 스테로이드)는 단백질 흡수를 촉진해 근육 생성을 돕는 효과를 내지만 장기복용하면 근육 이상, 공격성 유발, 동맥경화로 인한 심장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난다.
미국 등에서는 마약류로 규정해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보건당국의 수입 허가 또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수입이나 사용할 수 없는 약품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출전한 캐나다 육상선수 벤 존슨이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가 금메달을 박탈당했고, 최근 미국에서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스테로이드 복용 실태를 조사한 ‘미첼 보고서’가 공개돼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특별기획취재팀 tam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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