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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보면 어울릴 만한 옷 그려져”

입력 : 2008-01-30 20:17:56 수정 : 2008-01-30 20: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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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케이 킴이 청담동 매장에서 본인이 디자인한 드레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들이 시상식에서 입고 나오는, 가슴선이 깊이 파이고 몸의 곡선을 드러내는 드레스는 누가 만드는 것일까. 한때는 해외 명품 브랜드의 드레스를 입는 것이 대세였지만, 아무래도 외국 디자이너의 제품인 만큼 할리우드 배우들처럼 동양인이 멋들어지게 연출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 그래서 스타일리스트들은 국내 디자이너를 찾기 시작했는데, 이와 함께 최근 크게 주목받는 국내 디자이너가

바로 케이 킴이다.

각양각색의 화려한 드레스들이 가득한 청담동 매장에서 만난 케이 킴은 본인의 나이를 밝히지 않았다. 화려한 외모와 날씬한 몸매만으로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발렌티노는 70대의 나이지만 10, 20대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열광하는 드레스를 만들고 있어요. 디자이너의 나이는 쓸데없는 선입견을 가져올 수도 있고, 굳이 밝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케이 킴을 설명할 문구는 다양하다. 국내 최초의 파티복 디자이너,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 디자이너, 국내 최초의 한식 퓨전 레스토랑 ‘드 꼬레’ 대표, 와인 전문가…. 사실 패션·미식·외교관·방송·잡지 등 트렌드에 민감한 업계 종사자 중 그와 연이 닿지 않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다.

연세대에서 의상을 전공하고 파리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여성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추구하는 디자인을 연구하다가 지금의 케이 킴 브랜드를 만들게 됐다. 정장과 일상복 위주의 ‘케이 킴 쿠튀르’와 파티복 ‘케이 킴 애프터5’ 두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양쪽 다 여성의 우아함과 몸의 곡선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애프터 5’란 ‘5시 이후’라는 뜻처럼 저녁에 열리는 파티용 의상, 즉 이브닝드레스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다.

“국내에서도 격식 있는 모임과 파티가 많이 열리고 있는데, 정작 그런 곳에 입고 갈 옷을 파는 곳은 많지 않아요.”

물론 해외 명품 브랜드에서도 드레스를 구할 수 있지만, 디자이너가 직접 입는 사람의 이미지와 사이즈에 맞게 만들어주는 옷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똑같은 옷을 입어도 사람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요. 이제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면 그 사람에게 맞는 드레스가 머릿속에 그려져요. 예쁜 옷보다는 그 사람의 이미지에 맞는 옷을 권하면 모두 만족해 하죠.”

다양한 고객의 특성상 음악과 공연, 미술 등을 부지런히 공부하기도 한다. 첼리스트 장한나의 드레스를 만들 때는 그의 외모와 이미지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주할 때 팔과 다리가 편안하도록 디자인을 구성했다. 장한나의 연주 CD를 모두 들어본 후 연주 예정곡과 어우러질 디자인을 연구하기까지 했다.

그의 고객들은 각국의 대사 부부와 연예인·외국계 회사의 임원 부부 등 다양하다. 각종 시상식이나 행사에 출연하는 연예인이나 아나운서 등의 의상도 담당한다. 실제로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10명이 넘는 스타일리스트(의상 담당자)들이 의상 가방을 들고 분주하게 매장에 드나들었다.

“국내에 제대로 된 이브닝드레스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드물다는 점이 의아했어요. 글로벌 시대가 오면서 최근 몇년 동안 국내에서도 이브닝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파티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거든요. 시장 전망도 아주 밝아요. 많은 국내 디자이너들이 이브닝드레스 제작에 나서게 될 겁니다.”

사실 그의 ‘시대를 앞서가는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9년 강남 신사동에 한식과 와인을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퓨전 레스토랑 ‘드 꼬레’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한식과 와인의 어울림을 연구한 끝에 문을 연 이 레스토랑은 각종 매체에 수십 차례 소개됐고, 유명 미식가들과 상류층 인사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제야 한옥 레스토랑, 와인과 한식 전문점 등이 속속 문을 여는 현실을 감안하면 시대를 훌쩍 앞서나가는 아이디어의 소유자인 셈이다.

그는 옷의 가격과 디자인에 얽매이지 말고 본인에게 맞는 스타일을 추구하라고 조언했다.

“50여년 전만 해도 옷이란 입는 사람에게 맞게 만드는 것이었어요. 지금도 VVIP(최고위층)는 명품을 입는 것이 아니라 전속 또는 단골 디자이너가 있어요. 본인의 스타일에 관심을 갖고 조금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즐거워질 수 있답니다.”



글 권세진, 사진 김창길 기자

sjkw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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