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가수 노사연 "내게 무대는 신전…최고의 모습으로 서야"

입력 : 2008-01-20 16:16:20 수정 : 2008-01-20 16:16:20

인쇄 메일 url 공유 - +

[7080 스타, 어떻게 지내십니까]
◇노사연은 “가수가 감기에 걸리면 직무유기”라고 말할 정도로 프로의식이 강한 완벽주의자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잊기엔 너무한 나의 운명이었기에/ 바랄 수는 없지만 영원을 태우리/ 돌아보지 마라 후회하지 마라/ 아∼ 바보같은 눈물 보이지 마라/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1989년 발표돼 전 국민에게 감동을 주었던 ‘만남’이란 노래다. 슬픈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노사연의 애절하면서도 가창력 있는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당시 전국에 폭발적인 ‘만남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이 노래는 지금까지도 세대 구분 없이 꾸준하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국민가요다.

주인공인 노사연은 군대로 치면 정통 ‘육사 출신’의 가수다. 가요계 입문에도 가장 어려웠다는 19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까지의 MBC 대학가요제를 거쳐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가요제에서 상을 받지 못한 일부 참가자도 오늘날 이름있는 가수로 대성한 걸 보면 노사연의 금상 수상은 너무나 값진 쾌거다. 요즘도 각종 예능프로그램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늘 웃음과 노래를 선사하는 그를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한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만났다. 매니저와 처음 인터뷰 약속을 잡을 때에는 바쁜 스케줄로 저녁 늦은 시간에 정해졌으나, 갑자기 일정 하나가 취소됐다고 연락이 와 다행히 만남의 시간은 훨씬 앞당겨졌다. 여자 매니저와 함께 약속장소에 나타난 그는 TV에서 봐왔던 약간 통통한 체격에 환하고 밝은 모습 그대로였다. 웨이터에게 음식을 주문하는 솜씨는 보통 수준을 넘어 그가 자주 찾는 식당인 듯싶었다. 주름살 하나 없는 하얀 피부의 얼굴과 검은 머리결은 40대 초반의 주부처럼 느껴졌다.

“제가 스타킹, 7옥타브 등 TV방송 고정 3개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라디오 DJ를 맡고 있어요. 또 열린음악회, 7080콘서트에서 노래하죠. 이문세 라디오 고정에다, 케이블방송까지 나가죠. 거기에다 노사봉 아시죠? 제 언니가 갈비찜 홈쇼핑을 하는데 시간 날 때마다 도와주고 있어요.”

노사연은 “내가 하는 일도 너무 바쁜데 집에 가면 요즘 교수로 일하는 남편 뒷바라지하고 엄마 역할까지 해야 하니까 지금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늘 건강하게 낳아주신 엄마한테 감사하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딱 보니까 술을 꽤 좋아할 것 같은데, 우리 와인 한 잔 할까요.” 그는 끝도 없는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피로 누적으로 다소 지쳐 보였는데도 자리를 아주 편안하게 이끌어갔다. 성격도 시원시원해 영락없는 여장부 스타일이었다.

“저희 때는 선배님들이 무척 어려웠어요. 물론 개중에는 실력없는 가수도 있었지만, 항상 깍듯이 대했죠. 그런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선배를 봐도 못 본 척하는 예의 없는 후배들이 있어요. 그럴 땐 제가 못 참죠.”

노사연은 어쩌면 연예계의 군기반장이다. 선배를 봐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거나, 잘난 척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후배들에게 따끔하게 야단치는 선배 가수로 정평 나 있다. 어떤 후배는 방송국 골방으로 끌려가 눈물을 쏙 뺐다는 말도 나올 정도로 노사연은 가요계의 질서를 존중하는 자존심 강한 가수다.

“제가 원래 흑백이 확실한 성격이거든요.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됐지만….”

그래도 노사연은 연예계에서 여전히 존경받는 스타임에는 틀림없다. 무대에 서기만 하면 자기만의 철저한 룰이 있고 정신이 있다. 방송이나 공연이 있으면 현장에 1시간 먼저 도착하는 것은 기본이고 무대의상이나 긴장감이 흐트러질까봐 대기실 의자에도 절대 앉지 않는다. 무대에서 최상의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비록 남들에게 초라하게 보일 수 있으나 스타로서의 자세와 행동은 하나하나 본받을 만하다.

“연예인은 인기 있을 땐 남고 없으면 떠나야 합니다. 스타는 말 그대로 항상 빛나야지, 스타도 아니면서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면 초라해 보이잖아요.”

그는 누구에게나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프로 의식이 아주 강한 완벽주의자다. “무대에서 최선을 다할 때 가장 예쁘잖아요. 가수가 감기 걸렸다고 하면 그건 직무유기예요.”

그는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라 힘들게 먹고 그 고통만큼 성숙해지는 것”이라며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게 건강 비결”이라고 말했다.

틈만 나면 일본 필리핀 사이판 등지로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고 요즘은 친분이 있는 사람보다는 주로 집안 식구끼리 골프도 즐긴다.

“언젠가 골프를 치러 갔다가 벙커에 있는 벌집을 건드려 죽을 뻔한 적이 있었어요. 남들은 다 도망치는데 남편이 저를 순간적으로 감싸안으며 보호해 주더군요. 그때 부부간의 사랑은 혼으로 한다는 것을 알았죠. 아무리 예쁜 여자가 있어도, 아무리 멋진 남자가 있어도 혼을 따라가지 못해요.”

그는 항상 열린 마음으로 남을 미워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사에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데뷔 30년 만에 새로 선보인 8집 앨범 수록곡인 김범룡 작곡의 ‘사랑’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언니 노사봉과 듀엣곡 ‘미소’를 담아 함께 노래하기로 한 자매 간의 약속도 지켰다.

그는 “제가 사연이 없는 ‘노스토리’”라며 농담을 건넨 뒤 “요즘 신곡이 ‘만남’ 이후 두 번째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고 흐뭇해했다. “무대는 신전이다. 신성시하고 최고 모습으로 서야 무대가 빛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글 추영준, 사진 김창덕 기자 yjchoo@segye.com

〉〉 노사연은

78년 MBC 대학가요제 금상 받고 데뷔;대표곡 ‘만남’으로 국민가수 등극

노사연은 1957년 경남 마산에서 2남 2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직업군인이라 어릴 적에는 강원도에서 컸다. 어머니(76)는 북한 최고 인민배우였던 현대무용가 최승희의 제자로, 외가 쪽은 유명한 예술가 집안이다. ‘밤안개’를 부른 현미(70)가 어머니의 동생이고 외삼촌과 외숙모, 막내 이모도 가수로 활동했다. 출산 전날 어머니가 하마 태몽을 꾸었다는 노사연은 일반 신생아와 달리 4.8㎏의 우량아로 태어나 신체적으로 건강한 편이다.

어린 시절 라디오도 듣기 힘든 산골에서 전축으로 현미 노래만 듣고 자랐다. 집안의 음악성을 타고난 그는 춘천여고를 나와 단국대 음대에 입학, 성악을 전공했다. 대학 2학년 때는 캠퍼스 추억을 남기고 싶어 대학가요제 참가를 결심했다. 현미 이모에게 도움을 요청해 재즈가수 김준의 동생으로 알려진 작곡가 김욱을 만나 창작곡 ‘돌고 돌아가는 길’로 1978년 MBC대학가요제에 나가 금상을 수상했다. 당시 배철수 심수봉 임백천도 함께 출전했다. 노래 실력이 워낙 뛰어나 고 2때는 KBS 전국노래자랑에 나갔던 전력이 있다. 대학가요제 수상 이후 옴니버스판을 냈으나 노사연에 대한 반응은 시큰둥했다. 대학가요제에 입상하면 인기 가수가 될 줄만 알았던 그는 곧바로 슬럼프에 빠졌다. 오디오, 비디오형 가수가 극명하게 구분되는 가요계 현실이 성격과도 영 맞지 않았다. 그는 다시 언더로 내려가 통기타 가수로 활동하며 탄탄한 기본기를 쌓았고 1983년 ‘님그림자’라는 신곡으로 복귀에 성공한다. 그후 TV예능프로에서 유머러스한 기질을 선보이며 왕성한 활동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 ‘배워봅시다’라는 코너에서 노사연은 개그맨 주병진과 호흡하며 명콤비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50%대의 시청률을 보인 이 방송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노사연은 이 코너에서 도중 하차할 때 또 다른 신곡 ‘만남’을 불러 국내 최고의 가수로 등극했다. 수년째 방송사 가수왕을 휩쓸었고 온 국민은 만남이란 노래에 찬사를 보냈다. 그 후 새 앨범 발표와 동시에 활발한 방송활동을 펼치며 한때 독신선언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그가 네 살 연하의 가수 이무송을 만나 1994년 3월 결혼해 지금은 아들 동헌(13)이와 함께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최근에는 자신의 8번째 앨범을 발매하고 신곡 ‘사랑’이란 노래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추영준 기자 yjch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강한나 '깜찍한 볼하트'
  • 강한나 '깜찍한 볼하트'
  • 지수 '시크한 매력'
  • 에스파 닝닝 '완벽한 비율'
  • 블링원 클로이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