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트콤은 한 때 모든 방송국에서 앞다퉈 제작ㆍ방영할 정도로 '효자 상품'이었다. 지금의 한류스타 송승헌은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서 얼굴을 알렸으며, '논스톱'은 청춘스타 배출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외에도 '순풍 산부인과', '똑바로 살아라' 등 수많은 시트콤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시트콤 전성시대를 이어갔다.
하지만 소재 고갈과 아이디어 부족으로 시트콤은 깊은 어둠의 길로 들어섰다. 좀처럼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던 시트콤은 지난해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야동순재', '식신준하' 등을 탄생시키고, 정일우 등을 스타로 발돋움 시키며 2007 최고 히트 상품으로 등극했다.
'부활'의 순간도 잠시. 후속작 '김치치즈 스마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다시금 시트콤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그래도 MBC는 뚝심있게 새 시트콤 '코끼리'를 출발시켰다. 침체된 시트콤 부활이라는 중책을 안고 말이다.
'코끼리'는 개코, 사이코, 한사코 등 '코'자로 끝나는 별명을 가진 캐릭터들이 만들어가는 가족 시트콤으로 주현, 김창숙, 권해효, 이병준, 윤해영, 문세윤, 김국진, 백성현, 이현지 등이 출연한다. 다수의 출연진으로 '인해전술' 전략을 내세운 듯 보이지만, 각 캐릭터마다 확실한 색깔이 부여됐다.
가족 시트콤을 표방한 '코끼리'는 차별성의 요소로 '부성애'를 전면에 내세운다. 1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민호 PD는 "가족 중에서도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바라본 고등학교 교육, 주현과 김창숙이 만들어가는 실버 화이트데이 등을 다루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김균태 작가는 "46살 남자의 시선으로 본 고2 학교생활, 권위는 온데간데없이 황당한 노인의 모습, 학교와 집을 오가는 사이에서 생기는 에피소드 등을 주의 깊게 봐 달라"고 당부했다.
갑자기 부동산 재벌이 된 주복만(이병준, 개코)이 고2에 편입해 아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는 기발한 설정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모은다. 또 히트 상품 '거침없이 하이킥'의 노년 닭살커플 이순재와 나문희의 모습을 주현과 김창숙이 재현한다. 특히 각 인물의 성격에 맞는 별명으로 확실한 캐릭터를 설정, 초반에 빠른 안착을 기대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효도르를 우상으로 삼는 여대생 '기어코' 국채아(한채아)의 무술 동아리가 '무한도전'이라는 점, 평소 주현 성대모사의 달인 문세윤이 주현과 부자지간으로 등장하는 점도 관심을 살 만하다.
침체기의 시트콤 부활이라는 숙명을 안고 출발한 '코끼리'가 2008년 히트 상품으로 등극할지 결과가 기다려진다. 오는 21일 저녁 8시 20분 MBC를 통해 첫 방송된다 .
/ 황성운 기자 jabongdo@segye.com 사진=박효상 객원기자 팀블로그 http://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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