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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 탄 봅슬레이로 3위… 기적 일궜다

입력 : 2008-01-15 17:11:54 수정 : 2008-01-15 17: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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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팀 4인승서 국제대회 첫 메달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 선수들이 14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파크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2008아메리카컵 4인승 경기에서 국제대회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한 후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광배 감독 겸 선수, 김정수, 이진희, 조인호.
연합뉴스
국가 대표팀이긴 한데 자체 장비가 없다. 대회에 나갈 때마다 주최 측에서 빌렸다. 다른 종목 선수를 데려와 출전 인원을 맞췄다. 해외훈련 한번 가려면 자비도 털어야 한다.

이름조차 생소하고 가난한 어떤 나라 국가 대표팀 얘기가 아니다.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임을 자부하는 한국의 봅슬레이 대표팀 실상이다. 그래도 국제대회에 나가 앞으로 열릴 최고 대회 출전 자격을 따냈다. 국제대회 첫 메달도 목에 걸었다. 월드컵 4강에 못지않은 ‘신화’라 할 만하다.

한국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이 이틀 연속 신화를 썼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파크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2008아메리카컵 2차 대회 4인승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39초23으로 캐나다(1분37초22), 미국(1분38초43)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전날 2인승 경기에서 사상 첫 월드컵 시리즈 출전권을 얻은 데 이어 국제대회 첫 메달을 따낸 것이다. 이로써 이번 시즌 국가 랭킹 18위에 오른 4인승 종목도 2008∼09 월드컵시리즈, 내달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자격을 얻었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강광배 감독 겸 선수는 2인승에 이어 4인승에서도 조종수 역할을 맡으며 브레이크맨 이진희(강릉대)와 함께 출전했다. 출발 때 장비를 미는 푸셔는 조인호, 김정수(이상 강원도청)가 맡았다. 대표팀은 전날 캐나다(3팀), 미국(2팀), 멕시코(1팀)와 경쟁한 1차 대회에서 5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킨 후 이날 2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했다. 강 감독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목표로 꾸준히 연습하겠다”고 밝혔다.

아무도 예상 못한 성적을 거두기까지 대표팀이 처했던 상황이 눈물겹다.

이 대회에서 대표팀 선수들은 한국 대표임을 나타내는 ‘KOREA’ 대신 ‘USA, 솔트레이크 2002’라는 마크가 붙은 봅슬레이를 탔다. 대표팀이 가진 봅슬레이가 없어 주최 측에서 빌려 탔기 때문이다. 2인승, 4인승 봅슬레이 한 대 가격은 각각 7000만원, 1억원가량. 강원도청 봅슬레이·스켈리턴팀 1년 훈련비에 맞먹어 새로 살 엄두를 내기 힘들다.

선수도 턱없이 모자란다. 현재 봅슬레이 대표선수는 강 감독과 이진희 단 두명이다. 2인승 경기밖에 나설 수 없다. 4인승 경기에 참여한 조인호와 김정수는 스켈리턴 대표다. ‘머릿수를 맞추기 위해’ 선수를 빌린 셈이다. 두 선수가 이날 경기에서 비중이 낮은 푸셔 역할을 맡은 이유다. 봅슬레이 실업팀은 1개, 국제대회 참가 경험자는 8명, 조종수는 1명이다. 강 감독은 “선수 확보가 가장 시급하고 전지훈련도 충분히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대한체육회 차원의 물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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