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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생활 6년 만에 풀려난 로하스… 자유 되찾은 '파란의 삶'

입력 : 2008-01-15 17:33:56 수정 : 2008-01-15 17: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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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통령 후보→피랍→반군과 사랑·출산→석방
콜롬비아 내전 속 파란만장한 인생 살아
정글서 낳은 아들 보고타 양육시설서 자라
기적 같은 재회였다. 2002년 콜롬비아 부통령 후보였던 클라라 로하스(44)와 콘수엘로 곤살레스(57) 전 하원의원이 10일(현지시간) 좌익게릴라 단체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납치된 지 각각 6년과 7년 만에 풀려났다. 콜롬비아 정글을 떠나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공항에 도착한 로하스는 76세 노모를 부둥켜안고 입맞춤했으며, 곤살레스 전 의원은 두 딸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현재 750여명의 인질을 붙잡고 있는 FARC가 주요 인사를 석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개월 동안 석방 협상을 주도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남은 인질도 풀려나도록 힘쓰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석방은 로하스의 파란만장한 인생 때문에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었다. 대학에서 세법을 가르치는 변호사였던 로하스는 1991년 콜롬비아 외무부에서 잠시 근무하던 중 잉그리드 베탕쿠르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베탕쿠르는 부패 정치를 바로잡겠다며 ‘산소당’을 만들어 2002년 대선에 출마했고, 그와 우정을 나눈 로하스는 러닝메이트가 됐다. 그해 2월 두 사람은 선거 유세차 콜롬비아 남부로 가던 중 FARC에 붙잡혔다.

정글에서 인질생활을 하던 로하스는 2004년 4월16일 FARC 대원과의 사이에서 아들 에마누엘을 낳았다. 로하스는 10일 콜롬비아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기본 의료장비도 없는 상황에서 원시적인 방법으로 제왕절개를 했다”며 “후유증이 심해 40일 동안 여성게릴라 보호소에서 꼼짝없이 누워 있었다”고 전했다. 몸을 추스른 후에도 아들을 볼 수 있는 건 하루 몇 시간에 불과했다. 그나마 오래가지 못했다. FARC가 풍토병과 왼팔 골절을 고친다는 이유로 생후 8개월 된 아기를 데려가 버린 것이다. 베탕쿠르도 다른 지역으로 이송돼 연락이 끊겼다.

로하스는 FARC 최고사령관인 마누엘 마룰란다에게 편지를 써 아들을 보여달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그가 아들 소식을 들은 건 최근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의 신년 연설에서다. 우리베 대통령은 “FARC가 수중에도 없는 에마누엘을 풀어주겠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비난했다.

FARC는 지난해 말 로하스, 에마누엘, 곤살레스를 석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콜롬비아 정부 조사 결과 에마누엘은 한 민간인에 의해 수도 보고타의 한 양육시설에 맡겨져 ‘후안 다비드 고메스’라는 이름으로 자라는 것으로 밝혀졌다.

로하스는 베네수엘라 도착 직후 “에마누엘을 만나고 싶다”며 “지금은 다른 이름의 3살짜리 아기지만 에마누엘이라고 불러주면 뭔가 기억하지 않겠느냐”며 애타는 마음을 털어놨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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