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위기서 리뉴얼 통해 매출 반전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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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계향 차장이 자신이 기획한 피델리아 속옷을 들어보이고 있다. |
CJ홈쇼핑 스튜디오에서 쇼핑 호스트의 오프닝 멘트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상품기획자(MD) 신계향(34) 차장.
“방송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판매 실적을 바라보고 있으면 숨이 막혀요.”
신 차장이 애지중지하는 피델리아는 홈쇼핑 최초의 디자이너 언더웨어(속옷) 브랜드다.
“피델리아는 2001년 론칭해 7년 이상을 운영하고 있는 홈쇼핑 최장수 PB(자체브랜드)제품이죠. 지난해까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CJ홈쇼핑에서 가장 매출 실적이 좋은 브랜드이기도 하고요.”
피델리아 제품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표정엔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
“최근 홈쇼핑 업계에선 연예인 언더웨어 브랜드가 히트상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죠.”
신 차장은 홈쇼핑 언더웨어 브랜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피델리아가 대견하기만 하다. 지금은 잘나가는 피델리아지만 2005년엔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노후 브랜드니까 죽이자’는 의견과 ‘리뉴얼해서 다시 시장에 내놓자’는 의견이 갈렸다. 신 차장은 당연히 후자 쪽이었다.
“그동안 피델리아를 사랑해 준 고객들을 생각해서라도 새롭게 바꿔서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결국 브랜드를 리뉴얼하기로 결정됐고, 신 차장에게 막중한 업무가 맡겨졌다.
“온라인에서는 거의 없는 브랜드 리뉴얼 작업이었습니다. 묵은 브랜드를 새롭게 바꾼다는 것이 어려웠죠.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고객에게서 답을 찾았습니다. 홈쇼핑 고객들은 싫증을 빨리내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거든요.”
당시 피델리아의 트레이마크는 화려한 자수와 레이스였다. 섹시하다고 생각했는데 고객들이 생각하는 ‘섹시 코드’는 달랐다.
“고객들은 고급스럽고 단순한 것을 섹시하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고객의 요구에 맞게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블랙이나 광택이 나는 소재로 섹시한 이미지를 부각시켰어요.”
주고객층도 40대에서 20∼30대로 끌어내렸다. 젊은층을 겨냥한 디자인을 위해 피델리아 최초 디자이너였던 이신우씨의 딸인 박윤정씨를 영입하기도 했다. 수많은 고객조사, 분석, 상품기획 등을 통해 마침내 리뉴얼 브랜드인 피델리아가 탄생했다.
그러자 2006년까지 하향곡선을 그리던 매출이 2007년 초부터 반전됐다. 피델리아를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해 다시 고객들에게 사랑받도록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 피델리아는 언더웨어로서는 최초로 디자이너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서울 컬렉션’에 선보였다. 그는 지금은 회사에서 인정받는 MD지만 원래는 의류직물학을 전공한 디자이너였다. 자신에게 디자이너보다는 상품을 기획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MD가 맞다고 생각했지만, 1996년 졸업 당시에는 ‘여자는 디자이너, 남자는 MD’라는 고정관념이 강해 디자이너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다 2002년 CJ 홈쇼핑에 경력직으로 입사하면서 하고 싶던 MD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그는 “MD가 드라마에서처럼 쉽고 멋진 일만은 아니다”고 말한다. “MD는 전문가, 조정자가 돼야 하고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상품, 경영, 유통에 대한 전문지식과 실력을 지속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신 차장은 고객이 제품 디자인과 품질에 만족해 다시 구매한다는 상품평을 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해야죠.” 그는 MD의 전매특허랄 수 있는 ‘끈기’를 강조하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민진기 기자
jk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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