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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디즈니 고전 유쾌하게 풍자 '마법에 걸린 사랑'

입력 : 2008-01-04 09:31:10 수정 : 2008-01-04 09: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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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공주님은 순진하고 명랑하며 언제나 행복하다. 시도 때도 없이 양 손을 우아하게 들어 올리며 은방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인간 친구는 없지만 대신 다람쥐, 새, 사슴 등 숲 속 동물 친구들을 늘 곁에 두고 있다. 만약, (아니 필연적으로) 공주님이 위기에 처하면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 공주님을 구해주고, 두 사람은 곧바로 결혼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

10일 개봉하는 ‘마법에 걸린 사랑’은 이 같은 디즈니식 고전 애니메이션을 현대판 실사 로맨틱코미디와 버무렸다. 한걸음 더 나아가 현대에 와서 조롱의 대상이자 페미니스트들의 비난 대상(어여쁜 공주님이 랄랄라 노래 부르고 백마 탄 왕자님이 짠 나타나는 스토리)인 자사의 디즈니식 클리셰(판박이)를 유쾌하게 패러디했다.

동화 속 연약한 주인공 지젤(에이미 애덤스)은 나쁜 왕비의 계략에 의해 거친 실사의 세계로 내팽개쳐진다. 게다가 그곳은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캐리가 로맨틱 사랑이 더 이상 없는 도시라고 읊조렸던 뉴욕. 거기서 지젤은 ‘이 세상에 영원한 사랑은 없다’고 믿는 이혼 전문 변호사 로버트(패트릭 뎀시)를 만난다. 뒤이어 공주를 구하려는 백마 탄 왕자(제임스 마스던)가 뉴욕에 도착하고, 공주를 직접 처단하려는 사악한 왕비(수전 서랜든)도 뒤쫓아온다.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미녀’ ‘신데렐라’ 등 디즈니의 정형화된 동화 공식을 한발 먼저 기발하게 비튼 건 드림웍스의 ‘슈렉’이었다. ‘슈렉’은 예쁘기만 한 디즈니 동화를 대놓고 조롱하며 패러디했지만, ‘마법에 걸린 사랑’은 순수한 여주인공에 대한 애정은 유지한 채 애니메이션이 실사와 현대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웃음을 선사한다.

‘슈렉’의 피오나 공주는 공중발차기를 하고 귀를 찢는 듯한 고음의 노래를 불렀지만, 지젤은 실사의 공간에서도 그림책 속처럼 ‘어여쁘게’ 행동한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그가 창밖을 향해 ‘아아아∼’ 노래 부르자 쥐, 비둘기, 바퀴벌레 등 도시 속 각종 동물들이 몰려들어 지젤을 돕는다. 길거리에서도 어딜 가나 노래를 부르며, 반짝이는 눈망울에 두 손을 꼭 모은 채 “진실한 사랑을 믿어요”라고 말하는 지젤은 바보 같지만 무척 사랑스럽다.

연약하고, 유치하고, 비현실적인 지젤의 순수무구함은 마침내 까칠한 뉴요커들을 낭만의 세계로 감화시킨다. 동화 속에선 아무 갈등 없이 당연한 듯 운명적 사랑에 빠졌던 지젤도 변화를 겪는다. 난생 처음 가슴 두근거리고 아프기도 한 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경험한다.

영화는 ‘슈렉’처럼 디즈니식 결말을 전복하기보다는 디즈니 동화와 로맨틱코미디 각각의 클리셰를 그대로 차용해 결과가 뻔히 보이는 해피엔딩을 선보인다. 과거 디즈니 그림책과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에겐 어린 시절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제작진은 또 디즈니 명작 애니메이션에서 공주 역의 더빙을 맡았던 인물들을 출연진으로 섭외해 추억의 요소를 첨가했다.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맡았던 조디 벤슨은 로버트의 비서 샘으로, ‘미녀와 야수’에서 벨의 목소리를 맡았던 페이지 오하라는 TV 드라마 속 여주인공 트리시 역으로 깜짝 등장한다.

김지희 기자 kimpossi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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