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반도의 기름띠를 제거하는데 머리카락이 효과가 있다는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머리카락을 모아 태안에 보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 네티즌이 “머리카락이 흡착포의 20배 가까이 기름을 빨아들인다”며 머리카락을 모아 태안에 보내자는 글을 올린 뒤 네티즌들이 이 글을 퍼나르면서 관심이 촉발됐다.
6만명의 회원이 가입한 ‘태안반도 시커먼 기름띠 걷어내고 바다를 살려요’라는 인터넷 카페에도 머리카락으로 기름을 제거한다는 것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이어지면서 문의와 관심의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아이디 ‘dlrlsmd’라는 네티즌은 “머리카락이 좋다는 소리를 듣고 동네 미용실에 부탁을 해서 모으고 있는 중”이라며 “머리카락을 모아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글을 남겼고 네티즌 ‘poohksh75’는 “엄마 스타킹 훔쳐서 미용실에서 머리카락까지 수거해 가면서 봉사하고 왔다”며 실제로 머리카락을 이용해 기름을 제거하고 왔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네티즌 ‘sun2y0108’는 “친구가 현재 미용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서 머리카락을 모을 수 있는데로 모아볼 생각”이라며 “직접 태안에 가볼 생각이긴 하지만 계속 갈 순 없을 듯 해서 모아서 미리 보내고 싶은데 어디로 보내면 되느냐”는 문의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머리카락이 기름제거에 유용하다는 사실은 1989년 미국 알라바마의 미용사였던 필 맥크로리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건인 액손발데즈 호 유출 당시 동물의 털이 기름제거에 효과가 있다는 TV 프로그램을 보던 맥크로리는 머리카락을 스타킹에 담아 아들의 유아용 풀에 실험을 하게 된다. 머리카락에 기름이 엉겨붙어 기름이 제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맥크로리는 이 방법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고 미 항공우주국(NASA)의 기술자들에 의해서도 머리카락이 기름제거에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해외에서는 실제로 기름 유출 당시 머리카락을 이용해 기름을 제거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기름 유출 사고 당시 기름 제거에 헤어매트가 이용되면서 미국 전역의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모으는 움직임이 있었고 지난해 필리핀 기름 유출 때는 교도소 재소자들까지 모발 기증운동에 동참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한 번도 시도된 바가 없어 태안군청에서는 공식적으로 이 방법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서해안기름유출 시민대책단 마용운 국장은 “‘matter of trust’라는 미국의 환경단체가 샌프란시스코 기름 유출 당시 기름을 제거했던 헤어매트를 보내주기로 했다”며 “헤어매트로 시험을 해 본 뒤 기름제거 효과가 있으면 우리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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