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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최종태의 언제나 영화처럼]‘투마로우’ 떠올리게 한 태안 기름유출 사고

입력 : 2007-12-15 15:00:19 수정 : 2007-12-15 15: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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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투마로우’는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되어 결국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거대한 재앙에 관한 영화이다. 한편 ‘일본침몰’이라는 영화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된 다량의 박테리아가 메탄가스를 생성, 그것이 윤활유 작용을 통해 태평양 플레이트의 움직임을 가속화 시켜 일본이 침몰하게 된다는 설정 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외에도 지구 핵의 회전이 멈추면서 일어나는 갖가지 기상 이변과 재난에 관한 ‘코어’라는 영화도 있다.

이러한 영화들은 재난 영화라고 부른다. 이러한 재난 영화들 가운데 지구 온난화와 같이 지구의 환경적 변화를 근거로 둔 경우, 이야기의 설정은 매우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러한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은 영화는 그저 영화일 뿐,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재앙과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 세계와 연관지어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최근 마치 이러한 재난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영상들을 실제 현실 속에서 보게 되었다.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인 채 헐떡이며 죽어가는 철새의 모습과 역시 검은 기름에 휩싸여 허연 속살을 드러내면서 죽어있는 전복과 어류들의 이미지는 마치 지구 최후의 날을 암시하는 영상처럼 느껴진다. 잘 생각해보면 이러한 영상물을 언젠가 본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1995년 여수소리도 앞바다 유조선 시프린스 기름유출 사고 때에도 검은 기름은 남해안 일대를 검은 죽음으로 뒤덮었다. 하지만 이번 태안반도 원유 유출 사고는 그 때 사고 규모 보다 2배나 더 크다고 한다. 따라서 피해 범위 역시 태안반도를 중심으로 서해안 전역에 퍼져 가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필자는 태안반도라는 곳을 잘 알지 못했다. 재작년 결혼 10주년을 맞이하여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갔었는데 그 때 어느 지인의 추천으로 찾아간 곳이 태안반도 신두리라는 곳이었다. 더욱이 신두리라는 곳은 ‘해변의 여인’ 영화 촬영을 하였던 곳이기에 더욱 가보고 싶어졌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갯벌에 신기해하고, 갯벌에 기어 나니는 작은 바닷게들을 보고 놀래기도 했다.

그렇게 폼나는 10주년 여행은 아니었지만 아름다운 서해의 자연과 함께 무척 즐거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사고와 함께 2년 만에 다시 들어보는 그 때의 지명이었지만 뉴스 속에서 보여 지는 영상들은 내가 알고 있던 그곳이 아니었다. 재해의 현장의 모습을 보면서 무력감이 밀려왔다. 어떻게 이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까. 그 때 식당에서 함께 뉴스를 보던 행인이 이번 사건으로 인한 재산 피해가 5천억원에 달한다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다시 한번 무력감이 들었다. 이 사건의 피해를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이러한 허망한 질문 끝에 어렴풋이 떠오르는 단어는 ‘인간의 이기심’이었다. 똑같은 형태의 대재앙이 10년을 주기로 반복되고, 기름으로 뒤덮인 채 죽어가는 자연과 그 자연 속에서 살아왔던 생명체들 앞에서 계산기를 두들기는 인간의 이기심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이었다.

어떻게든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는 수습되고 마무리 될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2년 전 사고가 발생한 여수 소리도 앞바다는 아직도 해저 바닥에 기름 덩어리로 덮여있다. 태안반도 일대 서해안의 10년 뒤 모습이다. 이러한 사건이 몇 번 더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재앙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 우리들의 삶을 덮쳐버릴지도 모른다. 어느 재난 영화의 제목이 ‘투마로우’인 것은 앞으로 우리들의 미래에 있을 수 있는 재앙임을 암시하기 위함일 것이다. 내일의 대재앙은 오늘부터 준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종태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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