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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의 여성] 퓌슬리 - 맥베스 부인

입력 : 2007-12-16 18:14:17 수정 : 2007-12-16 18: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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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욕망이 부른 파멸 “꺼져라, 꺼져라, 잠시 동안의 촛불이여! 인생은 비틀거리는 허황된 그림자, 기련한 배우에 지나지 않는구나.”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에서 주인공 맥베스가 인생의 허무함을 묘사한 독백이다. ‘맥베스’는 다른 4대 비극들에 비해 긴밀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큰 사랑을 받으며, 인간의 어리석은 내면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한 심리묘사로 인간 본성에 대한 측은지심을 갖게 되는 마력이 있다.

스코틀랜드의 용맹한 장군 맥베스는 당당하게 개선행진하던 중, 숲 속에서 세 마녀들과 마주친다. 마녀들은 맥베스에게 곧 ‘스코틀랜드의 왕이 될 사람’이라고 예언한다. 예언은 맥베스 부인의 귀에 들어가자 구체적 계획으로 탈바꿈되고, 그녀는 칼 들기를 주저하는 남편을 부추겨 결국 잠들어 있던 왕을 살해한다. 왕의 시해 사실과 맥베스를 의심하던 인물들 역시 부부의 손에 의해 차츰 제거되고, 일부는 잉글랜드로 망명한다.

왕으로 추대된 맥베스는 아주 잠시 권력의 단맛을 보지만, 곧 눈앞에 나타난 유령을 보고 공포에 사로잡힌다. 냉철한 권력자의 여인이었던 맥베스 부인은 공포에 사로잡힌 남편을 붙잡지 못하고 오히려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잉글랜드로 망명했던 자들이 군대를 모아 전쟁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퍼지는데….

불안해진 맥베스는 마녀들을 찾고, 마녀들은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은 누구도 맥베스를 해할 수 없다’는 위로의 예언을 전한다.

이에 맥베스는 안심하고 출전, 자신에게 칼을 내미는 적군을 비웃었지만 적군 중에서 나타난 한 장군이 “나는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나왔다”며 전세를 역전시켜 끝내 맥베스의 목을 베어버린다. 전쟁의 결과를 전해들은 맥베스의 부인은 마지막으로 자살을 선택하고 만다.

취리히 출생의 낭만파 화가인 퓌슬리는 단테, 셰익스피어, 밀턴 등 유명작가의 작품을 소재로 격정적이며 환상미 넘치는 그림을 많이 남겼다. 공연 무대를 화폭에 옮긴 듯한 ‘맥베스 부인’은 그녀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신을 잃은 채 밤중에 성을 배회하며 헛것을 보며 괴로워하는 모습에는 “물고기를 먹고 싶어하면서 다리 적시기를 싫어하는 고양이 같다”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던 맥베스를 질책하던 당당했던 기개가 사라진 지 오래다. 뒤편에 하녀와 함께 자리 잡은 의사는 “왕비에게 필요한 것은 신부(神父)”라고 말하는 듯하다.

‘맥베스’의 비극적 아이러니는 여인의 잘못된 욕망이 부른 죄가 악순환처럼 반복되어 결국 파멸을 불렀다는 데 있다. 여인은 사내의 가슴에 숨겨진 야망의 불을 지펴놓았고, 불이 잘 타오르도록 손수 반대파를 제거하는 작업도 도맡았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자신과 남편의 출세를 위해 피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의 강을 건널 욕망으로만 가득했으며, 강 건너편에 도사리고 있을 흑암의 낭떠러지는 계산되지 못했다. 결국 양심이 연이은 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 정신착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곧 있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지도자가 결정될 때가 된다. 혹여 ‘맥베스부인’처럼 출세와 야망에 눈이 멀지 않도록, 혹은 내부에 숨겨졌던 욕망이 지도자의 혜안을 가려 치세가 위태로워지지 않도록 각 후보들의 진영에 현명한 예지력들이 모아지고 발휘되길 기대해 본다.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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