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인적자원부는 12일 “대입에서 줄세우기 폐단을 없애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도입한 수능 등급제가 채점 결과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르면 2009학년도부터 수능 등급을 좀 더 세분화해 현행 9등급을 15등급으로 하는 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능 등급을 15등급으로 세분화할 경우 현재 1등급 4%, 2등급 7%, 3등급 12% 등으로 산정된 등급별 표준비율이 촘촘해져 10점 가까이 차이가 나도 같은 등급이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다소 줄일 수 있다.
채점 결과 수리 가 영역은 1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지고, 언어 영역은 10점 차이가 나도 같은 등급이 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교육부의 입장 변화는 수능 제도 변화로 대학 선택과 진학지도에 극심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교육현장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현행 9등급제 수능은 단순한 자격고사로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충분한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도 없는 정체가 모호한 시험”이라며 “수능을 단순한 자격고사로 만들 수 없다면 적어도 등급을 15개 이상은 나눠야 일정 수준의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교사들도 현행 9등급을 15등급으로 세분한 뒤 수능을 자격고사로 활용하고, 대학의 입시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점수에 연연하지 않도록 하는 등급제 수능의 근본 취지를 살리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SAT(대학입학자격시험)처럼 한 해에 여러 번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등급제를 세분화하더라도 1점 차이로 등급이 바뀌는 등의 부작용은 계속 나타날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입시전문기관인 진학사의 김희동 입시분석실장은 “등급제는 표준비율 분포로 볼 때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불리하고,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유리한 제도”라며 “이같이 성적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는 것은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A고교 진학담당 교사는 “수능 등급을 세분화한다고 하더라도 1점 차이로 등급이 떨어지거나, 총점이 더 높은데 평균 등급은 낮아지는 억울한 결과는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원점수, 백분위 점수 등을 모두 공개하고 대학들로 하여금 수능 비중을 줄이도록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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