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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대학살 당시 일본군 병사가 일본도로 중국 민간인의 목을 치려 하고 있다. |
당시 사건을 목격한 서방 선교사가 사상 최악의 범죄로 묘사했던 난징(南京)대학살이 13일 70주년을 맞았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12월13일 중국 중부의 거점도시인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 화중(華中)방면군 사령부와 제6사단이 6주 동안 중국인 30만명을 잔혹한 방법으로 학살하고 부녀자 2만여명을 강간했다는 반인륜적인 사건이다.
중국과 일본은 그동안 난징대학살의 진실 여부를 놓고 갈등을 벌여왔다. 중국은 30만명 학살을 강조하면서, 일본 군국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대표적 사례로 이용했다. 반면 일본은 30만명 살해는 과장된 수치라고 주장했고 나아가 일부 우익은 “부당하게 살해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집단학살 자체를 부정했다.
최근 중국 각계에서는 사건 70주년을 맞아 난징대학살우난(遇難)동포기념관을 대대적으로 확장해 재개관하는 등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13일 일반에 다시 공개되는 난징대학살기념관은 2005년부터 3억3000만위안(약 430억원)을 투입해 원래 크기의 12배인 9800㎡ 규모로 확장됐다. 전시물도 100여건이 늘어 사건 관련 사진 3500장, 피해자와 일본군 유품 3000여점이 전시됐다. 난징대학살 희생자들이 집단 매장된 곳 위에 건립된 기념관 부지에서는 확장공사 중 유해 19점이 추가로 발견되기도 했다.

중국과 해외 영화계에서는 일본군 만행을 고발하는 영화 10여편이 쏟아지고 있어 일본 우익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 아이리스 장의 베스트셀러 ‘난징의 강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제작되고 있으며,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난징’은 아카데미 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 후보작으로 선정됐다. 중국의 루촨(陸川) 감독의 ‘난징! 난징!’도 내년 초 상영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우익의 반발도 만만찮다. 일본의 우익 영화감독 미즈시마 사토루(水島總)는 난징대학살을 전면 부정하는 ‘난징 진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난징대학살 70주년을 맞는 중국 정부내 기류는 좀 복잡한 것 같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최고지도부의 대일 관계 개선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정부 허가로 대규모 반일시위가 있었지만 올해는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전국에서 기념행사가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김청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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