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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러브’ 노인배우 발굴 오디션을 가다

입력 : 2007-12-06 21:32:44 수정 : 2007-12-06 21: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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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전에 나의 꿈을 찾으련다”
◇노인상담 카운슬러로 활동중인 윤이남(62)씨가 오디션을 치르고 있다
프로의 경륜과 아마추어의 열정이 빚어내는 화음. 유명 탤런트와 희끗희끗한 머리의 연기 지망생들이 함께한 이색 오디션현장에서 한 편의 뮤지컬은 이미 절반쯤 완성되고 있었다. 3일 뮤지컬 ‘러브(Love)’ 오디션이 열린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연습실. 국내 뮤지컬 사상 최초로 황혼의 사랑을 소재로 한 이 작품에는 76세 도전자를 포함해 총 147명의 일반인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오디션에는 백일섭 전양자 이주실 황범식 서권순씨 등 브라운관을 주름잡는 유명 탤런트도 참가했다. “이게 웬 망신이야” 하며 쭈뼛쭈뼛 오디션장에 들어오던 기성 배우들은 그러나 먼저 시작된 일반인 도전자들의 무대를 지켜보면서 아연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76세 최고령 도전자 할아버지가 클라리넷을 멋들어지게 불자 전양자, 이주실씨는 “너무 멋있다”를 연발했다. 해군 군악대에서 전역한 이윤영 할아버지는 “뮤지컬스타가 되는 게 꿈인 내게 이번 오디션은 마지막 기회”라면서 “특기인 클라리넷을 더 잘 불 수 있었는데 입술이 떨려서 아쉽다. 하지만 주어만진다면 무슨 역이든 할 것”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통 뮤지컬 도전은 처음”이라는 백일섭씨는 “일반인들의 연기가 더 리얼한 것 같다. 그간 삶을 가공해왔던 우리의 연기를 저들과 공동 작업으로 리얼하게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76세 최고령 도전자 이윤영씨.

내년 2월 세종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공연될 이 뮤지컬은 요양원에서 일어나는 노인들의 연애를 코믹하고도 코끝 찡하게 그린 작품. 아이슬란드 연출가 기슬리 가다슨의 최근작으로, 비틀스의 팝송 등이 불리는 뮤지컬이다. 출연배우 총 20명. 주조역은 물론 단역까지 모두 노인이어서 노인배우 발굴을 위해 공개 오디션이 치러졌다. 지원자격은 55세 이상. 하지만 “노인 연기에 자신 있다”는 지망생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22세 최연소 참가자도 등장해 경쟁을 펼쳤다.

5분간의 연기테스트 중 준비한 의상을 갈아입으며 치매환자 연기를 선보인 김삼배(53)씨와 영화 ‘25시’의 안소니 홉킨스를 연기하는 이호영(62)씨를 지켜보던 탤런트 황범식씨는 “나보다 (연기하는 모습이) 더 뻔뻔스럽다”면서 “내가 그동안 세상을 너무 쉽게 산 것 같다”고 박수를 보냈다. 수학교사 출신으로 현재 재테크 강사로 활동 중인 정순례(56)씨는 즉흥극을 선보여 감탄을 모았다.
◇드럼연주를 특기로 내세운 김광혜(54)씨.
정씨는 “평생 한번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싶던 차에 55세 이상이라는 자격조건을 보고 신의 계시라고 생각했다”면서 “대구에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즉흥극을 구상했는데 너무 떨렸다”고 말했다. 이 밖에 참가자들의 면면은 ‘인생극장’이 따로 없었다. 고대 해양탐험가로 제주도에서 상경한 채바다(62)씨, 종로경찰서에서 퇴직한 경찰공무원 출신 서영기(58)씨, 대학시절 그룹사운드 싱어로 미 8군에서 활약했다는 박혜란(58)씨 등 예전의 직업도 다양했다.

노래심사에 앞서 열린 노래 단체연습에서는 일반인과 프로 배우들이 어울려 노래를 부르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뇌경색 치료 중인 미수의 어머니와 여행계획을 접고 오디션에 왔다는 탤런트 전양자씨는 뮤지컬 도전이 처음. 황혼의 사랑을 그린 작품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참가를 결정했다는 후문. 전씨는 “생각만 해도 눈이 반짝거려지는 연애상대가 있다는 것은 우리 나이에도 여전한 소망사항”이라고 했다.
◇탤런트 서권순 전양자 백일섭씨(왼쪽부터)가 노래 오디션준비에 한창이다.

제작사인 에이콤의 윤호진 대표는 “아이슬란드에서도 실제 꾸부정한 노인배우들을 기용해 그림처럼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준다”면서 “기대 이상으로 흥미롭고 실력 있는 참가자들이 많이 온 만큼 그들을 통해 인생에 대한 통찰과 말년을 지탱하는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주겠다”고 설명했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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