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수원시 오목천동 황금이발관을 운영하는 황금혁(61) 이발사는 지나온 세월을 떠올리며 손때 묻은 가위를 만지작거렸다.
그의 이름을 따 만든 황금이발관은 수원에서 가장 오래된 70년식 이발소다. 이발소에는 푸른 천을 오려 만든 간판글씨가 군데군데 벗겨져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6평 남짓한 이발소 내부도 시멘트와 타일로 만든 세면대를 비롯해 투박한 이발용 의자, 천장을 가로지르는 빨랫줄까지 영락없이 옛 모습 그대로다.
25세 때인 1971년 황금이발관의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37년째를 맞는다. 그는 이곳에서 동네 코흘리개부터 칠순의 어르신까지 머리를 손질하며 평생을 보냈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이발소는 다섯 동생을 뒷바라지하고 1남2녀를 대학까지 보낸 삶의 원동력이었다.
황씨는 얼마전 이발소 문에 ‘점포임대’라고 쓴 종이를 붙여 놓고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저가의 남성미용실과 밤낮없이 사인불이 돌아가는 ‘퇴폐이발소’ 영향으로 하루 3∼4명으로 손님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발소 운영이 어렵게 되면서 이달 초에는 10년 넘게 함께 일했던 동료마저 가위를 놓고 새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평생 동네 사랑방 같은 이발소를 고집해 온 황씨는 “이발소 손님이 없어 파리 날리는 모습을 보고 단골손님들이 ‘차라리 퇴폐이발소로 전환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할 때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그는 “비록 미용실 등에 밀려 오목천동의 역사를 간직한 황금이발관은 사라지지만 다른 곳에서도 황금이발관과 같은 ‘진짜’ 이발소를 운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원=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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