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빙촨(氷川)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동북호랑이 5마리가 싸움을 벌여 4마리가 한 마리를 잡아먹는 ‘동족상잔’이 일어났다고 중국 매체들이 23일 전했다. 발견 당시 ‘동료’에게 공격당한 호랑이는 귀와 하복부 뒷다리 두 개가 모두 사라진 채 흉물스럽게 숨져 있었다.
이번 사고는 동물원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호랑이에게 충분한 먹이를 주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한국호랑이의 일족인 동북호랑이가 인간들의 무관심과 돈타령 속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셈이다.
원래 공영 동물원이었던 이곳은 2000년 민영 동물원으로 개편되면서 만성적인 적자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이 동물원에서는 먹이 부족으로 원숭이가 굶어죽고 코끼리가 아사 직전까지 갔다. 2000여마리의 동물들이 하루에 먹어치우는 사료와 전력비, 인건비 등으로 매일 약 2만위안(약 260만원)이 소요되지만 정부 지원이나 입장료 수입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동물원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은 하루 1000위안(약 13만원)에 불과하고 입장료 수입도 하루 1000위안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