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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창조시대] ④ '석유 제로시대'를 꿈꾼다-아이슬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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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11-22 11:22:00 수정 : 2014-03-11 09: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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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30만 섬나라 ‘수소경제의 천국’ 변모 북극 바로 밑 지구 최북단의 섬나라 아이슬란드의 별칭은 ‘지옥의 입구’다. 신생대 제3기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아이슬란드에는 아직도 200여개의 화산이 연기를 뿜어낸다. 빙하가 국토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국토의 풍경도 다른 곳과는 다르다.

미국 켄터키주만한 땅에 인구는 고작 30만명인 소국. 그러나 이 나라에서는 무공해 에너지에 기반을 둔 ‘수소경제’라는 세계의 미래 경제질서를 뒤바꿀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는 그 결과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수소고속도로=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 시내 한 건물. 주유기처럼 보이는 설비나 세계적 석유업체인 셸의 폴사인이 세워져 있는 모습은 주유소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특별한 차만 손님으로 받는다. 아이슬란드 처음이자 유일한 수소연료충전소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연료를 생산한다. 현재 레이캬비크에서 운행 중인 수소연료차 14대가 여기서 연료를 공급받는다. 충전하는 모습은 여느 주유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소요 시간도 2∼3분 정도다.

아이슬란드는 2003년부터 이처럼 충전소와 3대의 수소연료버스를 시범운행하고 있다. 수소연료 교통수단 개발 및 도입을 맡고 있는 아이슬란드 뉴에너지사 관계자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이미 한 번 충전으로 450∼470㎞를 주행할 수 있는 수소연료차가 상용화됐다”며 “아이슬란드의 경우 단 5개의 수소충전소만 전국 일주도로에 건설하면 전국을 ‘수소고속도로(Hydrogen Highway)’로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수소 교통수단의 대중화를 통해 아이슬란드가 수소경제체제로 본격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이캬비크에서 시범운행한 수소연료버스.


◆수소경제란=수소경제는 화석에너지(탄소) 경제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현재 세계 경제는 연소과정에서 탄소를 발생시키는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화석연료는 공해를 수반하며 제한된 매장량으로 인해 국제분쟁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수소경제는 물을 분해하면 생기는 수소 원소를 동력원으로 이용한다. 물은 널려 있다. 수소에너지를 통해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산유국과 서방선진국 위주의 에너지 패권체제를 변화시키면 세계 정치·경제 권력구조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게 수소경제론의 골자다.

이 같은 생각이 ‘이상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수소는 자연상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 분해로 만들어야 하는 만큼 ‘절대 값이 싸지도 무한하지도 않다’는 지적이다. 물을 전기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나오고, 수소에너지를 활용하면 전기, 열과 물이 나오는 만큼 오염 없이 청정하다고 주장하나 현실에서는 물 분해에 필요한 전기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화석연료가 쓰이는 만큼 ‘청정에너지도 아니다’는 비판도 나온다.


◆‘2040년까지 수소경제 전환’의 꿈=아이슬란드는 1999년 일찌감치 국가 에너지체제를 수소경제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2040년까지 5단계에 걸쳐 교통수단의 주 연료를 수소연료전지로 대체할 계획이다. 주 산업인 어업을 위해 수소연료선박 개발에도 착수했다. 계획대로라면 2040년쯤 비산유국인 아이슬란드는 석유·석탄을 전혀 쓰지 않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할 수 있게 된다.


아이슬란드가 이처럼 어느 곳보다 먼저 수소경제를 도입할 수 있는 건 천혜의 자연 덕분이다. 아이슬란드는 풍부한 지열과 수력으로 값싼 전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값싸게 수소를 만들 수 있다.

아이슬란드는 이미 국가 전력의 82.5%를 수력에서, 17.5%를 지열에서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막대한 규모의 펄펄 끓는 지하수를 만들어내는 지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열 발전업체 스바트생니의 알베르트 알베르손 국장은 “지열로 뜨거워진 지하수에서 발생한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고, 온수는 인근 주거지역까지 파이프라인으로 공급해 온수 및 난방용수로 사용하고 있다”며 “아직 개발하지 않은 지열 후보지들이 많다”고 말했다.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부나기 아르나손 교수 "수소에너지 전환이 인류 살 길"



아이슬란드대학 화학과 부나기 아르나손 교수. 30년 전 처음 수소경제를 주창하고 이를 아이슬란드의 백년지대계로 삼게 한 인물이다. 그는 전 세계에 수소경제의 씨앗을 뿌린 인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그를 만난 것은 레이캬비크 중심부에 자리 잡은 아이슬란드대학 내 한 주차장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70세 노구를 이끌고 빈 강의실로 이동하는 그의 걸음은 느렸다. 말소리도 떨렸다. 하지만 “현대 인류는 에너지 위기에 처해 있고 수소에너지를 포함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30여년을 이어온 그의 확신에는 변함이 없었다.

―경제규모가 크고 지열도 없는 한국에서 수소경제가 가능한가.

“수소는 에너지원이 아니라 에너지 전달 수단이다. 수소경제는 석유·석탄를 이용하는 내연기관 대신 수소와 이를 이용하는 연료전지를 활용하자는 것이다. 수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기초에너지는 나라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바이오매스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하면서도 가장 풍부한 에너지는 태양광이다.”

―수소연료전지의 효율성이나 실효성이 충분한가.

“GM이 지난해 아이슬란드에서 시험 주행한 수소연료차는 한 번 연료 주입에 450㎞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이 정도 성능이라면 아이슬란드는 5개의 수소주유소만 있으면 전국을 커버할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내연기관보다 효율성이 높다. 물론 비용은 초기에는 매우 비쌀 것이다. 수소버스의 경우 3∼4배 비싸다. 대량생산 시 값은 내릴 것이다.”

―수소경제 채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반대 의견은 없었나.

“정치권에서 여야 모두 수소경제 전환에 대찬성이었으며 국민도 대다수가 동의했다. 수소경제체제로 완전히 전환하는 데 50년 정도 걸릴 것이다. 돌이켜보면 인류역사에서 연료를 바꾸는 데 수백년이 걸렸다. 그 점을 생각하면 50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

―수소연료선박 개발은 어느 정도 이뤄졌나.

“현재 진행 중인데 연료전지를 선택하는 게 어렵다. 선박은 며칠씩 바다에 나가게 되는데 바다에는 충전소가 없는 만큼 연료전지가 고성능이어야 한다. 지금 연료전지를 무엇으로 만들지 고민 중이다. 그래도 배는 차보다 공간이 많기 때문에 연료전지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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